‘병원 뺑뺑이’ 돌던 취약층, 병원장이 직접 수술해 생명 구했다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6월 15일 14시 58분


ⓒ뉴시스
의료계 집단 휴진이 예고된 가운데 인천에서 하루 종일 ‘병원 뺑뺑이’를 돌던 취약층 응급 환자가 지방의료원장으로부터 직접 수술을 받아 목숨을 건졌다.

15일 인천의료원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2시경 50대 A 씨가 천공성 급성 충수염으로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A 씨는 평소 치매가 있는 데다 돌봐주는 가족도 없어 복지관에서 요양 보호를 지원하는 사례관리 대상자였다.

요양보호사와 함께 병원을 찾은 A 씨는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맹장이 터지면서 장폐색(막힘) 증세를 보였고 복막염까지 진행돼 긴급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에 12일로 수술 일정을 잡았으나 A 씨가 무단 탈출을 시도하고 의료진에게도 다소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 차질이 빚어졌다. 병원 측은 수술 불가 입장을 밝히고 “정신의학과 협진이 가능한 병원을 가야 한다”며 퇴원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걷잡을 수 없이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장기화 여파로 대부분 병원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복지관 측은 우선 인천의 상급종합병원 2곳을 찾아갔으나 모두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급한 대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까지 범위를 넓혀 수소문했지만, A 씨를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A 씨의 배는 맨눈으로 봐도 심각할 정도로 부풀었을 때 인천의료원으로부터 환자를 데리고 오라는 연락이 왔다.

인천의료원 측은 당초 A 씨 상태를 보고 상급종합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으나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결국 조승연 원장이 직접 수술을 집도하기로 결정했다.

A 씨는 12일 밤이 돼서야 입원했고 이튿날 오전 7시경 조 원장의 집도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조 원장은 “의사는 환자를 가려가면서 받지 않는다”며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의료계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돼 국민 모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조 원장은 전공의 이탈 사태와 관련, 평소에도 “전공의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교수들이 환자 곁을 벗어나 ‘투쟁’하는 방식의 대응은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복지관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봐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자포자기하고 있을 때 겨우 받은 연락이었다”며 “의료계 사태에 따른 열악한 상황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병원 뺑뺑이#의료계 집단 휴진#전공의 파업#인천의료원#조승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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