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에 처한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베를린 지역의회 의원들이 영구 존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소녀상은 일본 측의 철거 요구에도 2020년 9월부터 4년가량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카이 베그너 시장이 철거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철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베를린 미테구(區) 의회에 따르면 집권 사회민주당, 좌파당 소속 구의원들은 최근 구청에 소녀상의 영구 존치를 보장하라는 결의안을 상정했다. 의원들은 결의안 초안에서 ‘소녀상이 베를린 지역 공동체의 중요한 프로젝트이므로 철거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성폭력 피해자를 기리는 다른 기념물을 마련한다고 해도 이 소녀상을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좌파당은 20일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19일 평화의 소녀상 존치를 지지하는 추모 행사도 열기로 했다.
소녀상은 설치 직후 미테구청으로부터 철거를 명령받았다. 소녀상을 설치한 재독 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가 가처분 신청을 내 철거가 보류됐다. 이후 구의회가 수 차례 존치 결의안을 채택했다.
베그너 시장은 지난달 베를린과 일본 도쿄의 자매 결연 30년을 맞아 도쿄를 찾았다. 당시 그는 소녀상을 두고 특정 측의 입장만 강조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과 만난 자리에서도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그가 일본 측에 소녀상 철거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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