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금융-통신채무 ‘통합조정’
채무 조정 신청하면 추심 즉각중지
요금 3개월이상 내면 휴대전화 사용
A 씨는 사업 실패로 진 빚을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채무조정을 받아 갚아 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회 생활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동안 연체된 통신비가 금융회사 채무와 달리 그대로 남아 있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할 수 없는 탓에 온라인으로 이력서조차 제출하기 어려워진 그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A 씨와 같이 통신요금을 내지 못한 약 37만 명의 연체자도 21일부터 채무조정을 신청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받고 장기간 분할 상환을 할 수 있게 된다. 채무조정을 거쳐 연체된 통신요금을 3개월 이상 갚으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복위 등은 20일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통신 취약계층 재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신복위가 금융·통신채무를 일괄 조정하는 ‘통합 채무조정’을 도입하는 것이다. 종전까지 신복위는 금융채무만 조정 가능했고, 통신채무의 경우 금융채무를 조정한 채무자가 통신사에 따로 신청해야 5개월 분납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금융채무 조정 대상자가 통신채무 조정을 신청하면 다음 날 추심이 즉각 중지된다. 또 별도의 통신사 신청 절차 없이 금융·통신채무를 한 번에 조정받게 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통신채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받고,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할 수 있게 된다. 통신채무 연체자는 약 37만 명, 이들이 납부하지 못한 통신비는 5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마련한 것은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위해 통신채무 통합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신복위 채무조정 신청자는 지난해 총 18만5143명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이들의 연체 사유로는 생계비 지출 증가(59.7%), 소득 감소(12.5%), 실직 및 폐업(11.8%) 등 외부적 요인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고금리, 고물가 환경으로 인해 채무 상환이 어려워진 취약계층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정부는 통신채무를 3개월 이상 납부한 채무자에 대해 완납 전이라도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직활동, 금융거래 등의 제약이 없도록 지원해 취약계층의 실질적인 재기를 돕기 위한 조치다. 다만 고의 연체자나 고액자산가의 통신채무 조정을 막기 위해 상환능력 조사, 채무조정 적정성 심의, 채권자 동의 등 3단계 검증을 거치도록 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디지털 심화 시대에 통신서비스가 일상생활의 필수재인 점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통신채무가 발생한 취약계층의 재기를 지원하고자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신복위는 채무조정 신청자들의 노동시장 복귀를 돕기 위해 고용 지원, 맞춤형 상담 등을 연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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