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전차’ 재건 임무 작년 지휘봉
여러 포지션 돌리자 위력 살아나
드론 띄워 선수들 움직임 분석도
獨, 헝가리 격파 조별리그 2연승
“오늘 경기에 만족한다. 팬들의 희망이 계속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다.”
독일 축구대표팀을 지휘하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20일 자국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조별리그 A조 2차전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대회 참가 24개국 중 가장 먼저 16강에 오른 뒤 이렇게 말하면서 “작년 10월에 헝가리를 만났다면 두 골 차로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2연승한 독일은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24일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 결과와 관계없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나겔스만 감독이 말한 팬들의 희망은 안방 대회에서 통산 4번째이자 1996년 이후 28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다. 독일축구협회가 ‘녹슨 전차’로 전락한 자국 대표팀 재건을 위해 지휘봉을 맡긴 나겔스만 감독은 1987년 7월생으로 유로에 참가한 역대 161명의 사령탑 중 최연소(36세 11개월)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독일 대표팀 주전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8세 3개월)보다 어리다.
나겔스만 감독은 지난해 9월 독일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독일은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유로 2020에선 16강에서 멈췄다. 지난해 6∼9월엔 폴란드(0-1), 콜롬비아(0-2), 일본(1-4)에 잇따라 지면서 A매치 3연패를 당했다. 그러자 독일축구협회는 한지 플리크 대표팀 감독을 경질했다. 독일축구협회가 창설된 1900년 이후 대표팀 감독이 경질된 건 1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독일 축구가 위기였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독일 축구 구원자로 나선 나겔스만 감독은 이날 헝가리전까지 10경기에서 6승 2무 2패를 기록했다. 최근 6경기에선 5승 1무의 무패 성적을 남겼다. 헝가리전에서 풀타임을 뛴 독일 대표팀 수비수 막시밀리안 미텔슈테트는 경기 후 나겔스만 감독을 두고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수비수였던 나겔스만 감독은 독일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뛴 적이 없다. 무릎 부상으로 이른 나이인 20세에 선수 생활을 마쳤다. 은퇴 후 스카우트와 비디오 분석관, 유소년 팀 지도자 등을 거쳤다. 나겔스만 감독이 전술 훈련 때 드론을 띄워 선수들의 움직임을 찍는 건 비디오 분석관 시절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그는 29세이던 2016년 2월 호펜하임 사령탑을 맡으면서 독일 프로축구 1부 리그 역대 최연소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 바이에른 뮌헨 감독도 지냈다.
나겔스만 감독은 특정 포메이션이나 전술에 얽매이지 않는다. 선수를 한 포지션에만 두지 않고 여러 자리에 돌려가며 활용하는 전술로 ‘전차 군단’ 독일의 옛 모습을 많이 되찾았다. 나겔스만 감독이 여러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 것도 자신의 이런 전술과 관련이 있다.
나겔스만 감독은 헝가리전 승리 후 “팬들이 우리가 묵는 호텔을 지나 행진했다. 팬들의 응원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팬들을 기쁘게 하겠다”며 유로 역대 최다인 4회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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