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호국보훈의 달’ 6월이 돌아왔다. 어린 시절 우리는 순국선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부르곤 했다. 노랫말에 그 의미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군부대를 찾아 장병들에게 ‘6·25의 노래’를 불러보자고 했더니 대다수가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처음 노랫말이 “잊지 말자”인데 벌써 잊은 것이다.
전쟁기념관 6·25전쟁 전시관에서 당시 군가 두 곡을 들을 수 있는데 하나는 탄생 근거가 모호하여 1950년에 폐지된 ‘충성가’이고, 다른 하나는 1976년에 제정한 ‘사나이 한목숨’이다. 베트남전쟁 전시관에는 전투부대 청룡, 맹호, 백마부대의 활약상이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가 즐겨 듣고 부르던 ‘맹호들은 간다’ ‘달려라 백마’는 없다. 전국의 군사박물관 어디에도 군가 코너는 없다.
반면 미국, 중국, 일본 등 많은 국가의 군사박물관에는 전사들이 목숨 바쳐 싸우며 불렀던 군가가 자랑스럽게 전시되어 있다. 선조들이 목숨 바쳐 지킨 국가의 정체성과 민족의 자부심이 군가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나라에서는 국가(國歌)로 승격되기도 했다.
1920년 청산리 전투를 앞두고 이범석 장군은 ‘기전사가(祈戰死歌)’를 지어 불렀고 결국 전투에서 승리했다. 초대 해군총장 손원일 제독이 지은 ‘해방 행진곡’엔 해군의 사명과 임무가 잘 드러난다. 2대 공군총장 최용덕 장군이 지은 ‘공군가’는 겨레와 나라를 위한 충심이 깊이 배어 있다. ‘푸른 소나무’는 장병들이 가장 애창하는 군가다. “이 목숨 바쳐 큰 나라 위해 끝까지 싸우리라”는 노랫말을 들으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할아버지 할머니 묻힌 이 땅, 우리도 언젠가 묻힐 이 땅을 소중히 가꾸며 지켜 나가자.” 군가 ‘아리랑 겨레’의 노랫말이다.
노래는 바람이고 의지다. 노래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가 중요하다. 우리 군가엔 자유, 정의, 평화가 담겨 있다. 6월! 우리는 무슨 노래를 듣고 부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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