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1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육아휴직 급여가 월 최대 15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오르고, 1년에 2주까지 쓸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다. 주택 특별공급에 당첨됐더라도 아이를 낳는 가구에는 집을 넓힐 수 있도록 한 번 더 특공 기회를 준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다”고 했다.
지난해 0.72명에 그쳤던 합계 출산율은 올해 0.6명대로 예상된다. 18년간 380조 원의 예산을 쏟고도 이런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그만큼 저출산 정책이 비효율적이고 체감도가 낮았다는 뜻이다. 이번 대책은 그간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일-가정 양립과 주거 지원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 하지만 국가 비상사태라는 절박함이나 위기감이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이나, 아빠 육아휴직 확대 등은 수차례 발표됐던 내용일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에 안정적으로 가입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직원만 혜택이 늘어난다.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플랫폼 근로자는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위 설명대로 효과가 입증된 정책에 집중하고자 했다면 사각지대부터 지원해 그 수혜 대상을 넓혀야 함에도 기존 수혜자의 혜택만 확대한 것이다. 또 혼인 건수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은 부부 중심의 주거 지원은 주거 안정이 절실한 청년층을 배제시킬 우려가 있다.
예산 확보 방안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인구 위기 대응 특별회계를 신설하거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지만 입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더욱이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터라 내년 예산 확보부터 안갯속이다.
한국은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변수를 추출했더니 도시 인구 집중 완화, 혼외 출산 인정, 청년 고용률 상승 순으로 나타났다. 하나같이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일-가정 양립과 주거지원 차원을 뛰어넘는 ‘국가 개조’ 수준의 과감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저출산 대책이 요란한 구호로만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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