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위험한 동맹 부활]
조약에 “우주-원자력 등 협력” 적시… 안보리 대북제재서 금지 사항
“러, 제재 지키지 않겠다 못박아… 北 핵개발에도 문 열어줄 가능성”
북한이 20일 공개한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는 “치외법권적 성격을 띠는 조치를 비롯해 일방적인 강제 조치의 적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언급된 ‘일방적인 강제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을 겨냥해 부과해온 ‘대북 제재’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최근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늘려 대북 제재 ‘뒷구멍’ 역할을 해온 러시아가 이젠 대놓고 “제재를 지키지 않겠다”고 문서로 못 박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앞서 2016∼2017년 직접 대북제재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약을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의 핵개발에도 문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유엔 제재 금지한 우주-원자력 협력 명시
북한이 공개한 조약은 총 1079개의 단어로 돼 있다. 북-러는 이 중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공동 대응의 뜻을 밝히는 조항(16조)에만 15%에 달하는 169개의 단어를 쓰며 자세히 밝혔다. 국가 간의 친선, 동맹 관계를 규정하는 조약에 ‘제3국의 일방적 강제 조치’ 등 내용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다. 북-러는 이 조항에서 제3국의 강제 조치가 있을 경우 “직간접적인 영향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국제 관계에서 이런 조치의 적용과 실천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을 조율한다”면서 공동 대응할 의지도 노골적으로 적시했다.
북-러 정상은 또 조약의 10조에서 ‘우주, 생물, 평화적 원자력, 인공지능, 정보기술’ 분야를 콕 집어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우주, 원자력, 정보기술 등은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 제재를 준수할 경우 북한과 사실상 협력해선 안 되는 분야들이다. 안보리는 2016년 11월 채택한 대북결의안 2321호에서 “유엔 회원국의 북한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금지한다”고 적시했다. 핵과학, 항공우주, 첨단 제조 생산 기술 등 구체적 분야까지 밝혔다.
북한이 최근 발사했지만 실패한 군사정찰위성의 추진체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활용된다. 그런 만큼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 기술을 전수하면 대북 제재 위반이 될 가능성도 크다. 북-러가 조약에서 언급한 ‘원자력 협력’ 역시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로 쓰일 고농축 우라늄을 제공할 길을 열어준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애초 대북 제재의 약점으로 지목된 중국과 러시아란 두 축 가운데 이번에 반쪽(러시아)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것”이라며 “이제 안보 전략의 틀부터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 러, 北에 곡물·우라늄 수출 가능성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대북 제재 무시 의사를 시사한 만큼, 북-러 간 교역 수준도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약 9조에는 “식량 및 에너지 안전 등 전략적 의의를 갖는 분야에서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부분이 국제사회 제재로 수출이 가로막힌 러시아가 곡물이나 농축 우라늄을 북한에 수출하기 위한 명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지난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에 대한 수입금지 법안에 서명했다”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느라 1달러가 아쉬운 러시아가 향후 우라늄 수출 대체 시장으로 북한을 지목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대러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미 연대’를 구축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주도로 꾸린 국제기구에 북한을 가입시키려고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조약에 “일방이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협조하며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외교가에선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나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북한을 끼워 주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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