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내부 반발에 “무기한 휴진 재논의”… 새 협의체에 임현택 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회원과 상의없이 휴진 발표로 역풍… 교수-전공의들에 주도권 내줘
전공의는 여전히 “불참”… 내홍 계속
서울대 비대위 내부 “휴진 부작용 커”
정부, 집단휴진 병원 현장조사 ‘압박’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0일 오전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긴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 청사에 들어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0일 오전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긴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 청사에 들어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하겠다”고 선언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내부 반발에 부딪히자 “회원들이 원치 않는 투쟁은 안 하겠다”며 재논의 방침을 밝혔다. 회원들과 상의 없이 ‘무기한 휴진’을 발표했던 임현택 의협 회장도 20일 구성된 범의료계 협의체에 “모든 결정권을 위임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와 의대생 단체가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는 등 여전히 내홍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 ‘무기한 휴진’ 재논의 방침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2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교수와 전공의 및 시도의사회 대표 등 3인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되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를 의협 산하에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특위에서 향후 정부와의 협상 또는 투쟁 방향을 결정하면 의협은 전적으로 존중하겠다”며 “임 회장도 모든 결정권을 (특위에) 위임하고 서포트(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특위 공동위원장으로는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이 임명됐고 나머지 한 자리는 전공의 단체에서 참여할 때까지 비워두기로 했다. 또 공동위원장을 제외한 11명은 의대 교수 3명, 전공의 3명, 시도의사회 2명, 의협 2명, 의대생 1명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위원장이나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으며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난 모양새다.

‘의협 중심 단일대오’를 외치던 임 회장이 교수·전공의에게 주도권을 양보한 건 “더 이상 임 회장이 투쟁을 주도하게 둘 순 없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18일 총궐기대회에서 회원들과 상의 없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발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시도의사회장들이 “처음 듣는 얘기다. 우리는 장기판 졸이 아니다”라며 반기를 든 것이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임 회장이 해당 발언을 책임지는 차원에서 특위 위원장을 맡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임 회장이 선언했던 무기한 휴진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도의사회장들은 21일 임 회장을 만나 “무기한 휴진은 어렵다”는 의견을 전할 방침이다. 인건비, 임차료 등 고정비 지출 때문에 동네병원이 휴진을 오래 하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8일 전면 휴진 때도 동네의원 동참률은 14.9%로 2020년 전면 휴진 때의 절반 이하였다. 최 대변인은 “22일 특위 첫 회의를 열고 의견을 취합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결정하되 회원들이 원치 않는 투쟁은 단 하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서울대 비대위도 “휴진 유지 어려울 듯”

하지만 브리핑 직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특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고, 의대생 단체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내부 분열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공개적으로 임 회장 사퇴와 의협 해체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진행 중인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20일 총회를 열고 다음 주에도 휴진을 이어갈지 논의했으나 결론을 못 내리고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는 이르면 21일 공개된다. 총회에선 휴진 지속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비대위 내부에서도 무기한 휴진은 부작용이 커 더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비대위 관계자는 “일단 휴진을 멈추고 2주 후 다시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했다.

정부는 18일 집단 휴진 당시 휴진율이 높았던 지역 개원의들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이며 압박을 이어갔다. 당초 정부는 “시군구별 휴진율이 30% 이상일 경우 업무 정지나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전북 무주군(90.9%), 충북 영동군(79.2%)과 보은군(64.3%), 충남 홍성군(54.0%)이 휴진율 30%를 넘었다.

#무기한 휴진 재논의#의협 내부 반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