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물가상승 떠안으면 공사 힘들어… 증액 기준 정비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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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공사비, 인프라사업도 스톱]
전문가 “원자재-인건비 상승 누적
공사비 인한 사업 지연 지속될것
인프라 공사 ‘속도전’ 문화도 바꿔야”


전문가와 건설업계는 공사비 갈등에 따른 사업 지연 문제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원자재 가격은 물론 안전관리 비용이나 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 요소가 오랜 기간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 인프라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려면 갈등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의 뿌리 깊은 저가 수주 관행 역시 바꿔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는 지난달 기획재정부와의 회의에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물가지수 현실화 방안’을 건의했다. 공사비 증액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 달라는 취지다. 임정주 건설원가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시공사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명확히 제시하고, 발주자도 합리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는 민간이 물가 변동에 따른 비용을 떠안는 구조여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급격히 높아진 안전관리 비용과 관련해 규제 조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안전체계를 갖추려면 안전관리자 채용과 법무법인 도움이 필수적이라 영세·중견업체 비용 부담이 크다”며 “처벌이 아닌 적정 공기 확보 등 인센티브를 줘 규제 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건설업계 내부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주를 따내는 데 집중한 나머지 면밀한 사업성 검토 없이 낮은 공사비로 ‘묻지마 입찰’에 나선다는 것. 박현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는 “실시협약을 맺었다는 건 본인들이 제시한 사업비로 준공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라며 “철저한 사업성 분석을 바탕으로 수주에 참여해야지 수주를 따내려고 무리한 계획을 제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인프라 사업에서 ‘속도전’을 중요시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중견 건설업체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의 경우 정부가 제시한 공사 기간이 비현실적으로 짧은 경우가 많다”며 “적정한 공사 기간을 제시해 주면 경제성 검토도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고 향후 생길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프라 공사#공사비 갈등#사업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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