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플랫폼 감독 강화… 불법 광고 선제적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일 03시 00분


고위당정, 불법사채 근절案 추진

27일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 승강장에 설치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광고.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7일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 승강장에 설치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광고.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당정이 불법사채 조직들의 ‘주요 무대’로 전락한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포털 사이트와 협력해 불법사채 광고를 미리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은 30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불법사채 근절 방안을 논의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협의회 종료 후 언론 브리핑에서 “불법사금융(사채) 범죄는 서민의 삶을 파괴하는 심각한 폐해를 유발하고 있지만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플랫폼은 정식 대부업체의 광고를 보여주는 사이트로, 정식 업체에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하지만 플랫폼에 광고하는 업체 가운데 정식 업체로 위장한 불법사채 조직들이 많아 불법사채로 연결되는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직접 플랫폼을 감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와 금융 당국, 경찰 등이 나서 플랫폼 합동점검을 벌였지만 여전히 불법사채로 연결될 위험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안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불법추심 피해자들에게 무료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의 지원 대상을 피해자 가족과 지인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가 무료로 불법사채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선임돼 추심에 대응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대신해 주는 제도다. 지금은 피해자 본인만 지원하고 있다. 불법사채 조직이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까지 추심하는 수법을 쓰고 있어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당정 “포털 불법사채 광고 차단… 2차례 후속대책 내놓을 것”


‘불법사채 근절’ 고위당정협의회
“피해자 80% 대부 플랫폼서 접해”
상습범 구속수사, 법정 최고형 구형
가족-지인까지 법률지원 확대

정부와 여당이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불법사채 근절 방안을 내놓은 건 피해가 커지기 전에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권 내부에서 확산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불법 사금융(사채)과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는 서민은 물론이고 중산층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는 만큼 회의에서 엄정하게 대처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1만2884건이다. 2년 전 9238건보다 39.4% 늘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고 경기가 악화하면서 불법사채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 불법사채 ‘통로’ 차단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이 이날 개최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분명하게 못 박았다. 대출과 추심 등 전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요즘 불법사채는 플랫폼을 통해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2022년 금융감독원의 설문 결과 불법사채 피해자 약 80%가 플랫폼을 통해 불법사채를 처음 접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 범죄가 비대면 방식 등을 통해 계속 확산되는 상황인 만큼 대부중개 사이트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플랫폼 바깥에서 피해자를 노리는 불법사채 광고도 차단하기로 했다. 불법사채 조직들은 플랫폼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카페에 게시물을 올려 광고하고 있다. 자체 사이트를 만들기도 한다. 일부 포털에서 ‘급전대출’로 검색하면 불법사채 업자의 사이트가 가장 상단에 노출되고 있다. 정부는 불법사채 광고를 차단하기 위해 포털에 불법적인 게시물에 대한 관리와 삭제 의무를 법에 명시하고 위반 시 벌금까지 부과하도록 한 영국 사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불법사채 총책, 조폭처럼 처벌한다

당정은 예방책뿐만 아니라 사후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2년 8월 ‘불법 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 직후 줄곧 엄벌 기조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11월 악질적인 불법추심 행위자에 대한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스토킹 처벌법’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상습범’에 대해서도 구속 수사하는 동시에 불법사채 조직에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했다. 대부업법 위반 법정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인데, 범죄단체 조직죄로도 의율해 더 센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불법사채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을 가족과 지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통해 무료로 피해자의 추심 대응을 대신해 주고 있다. 지난해 신청자보다 예산이 부족해 대기하는 사례가 생기자, 지난해 8억8600만 원이던 사업 예산을 올해는 12억5500만 원으로 늘렸다. 공단은 올해 초부터 불법사채 피해자 4명이 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 무효화 소송도 지원하고 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지난달 24∼28일 플랫폼 사채의 실상을 고발한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시리즈를 연재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서민, 특히 약자를 괴롭히는 악랄한 모습이 집중 보도되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단속이나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됐다”며 “1, 2차에 걸쳐 관련 정부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관련 부처를 모아 통합대응국을 구성해 대응할 계획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이르면 7월 초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법사채 근절#대부 플랫폼 감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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