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다이어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우리의 상상보다 예술가의 삶은 덜 우아하고 때로는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한국을 찾은 프랜시스 모리스 테이트 모던 명예관장은 루이스 부르주아가 “함께 일하기에는 무서운 사람”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들지 않는 말을 하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가 잠시 뒤엔 한없이 다정한,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었다고요.
그런 부르주아는 언제나 자신이 어릴 적 겪었던 트라우마와 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작업의 원천으로 삼았습니다.
모리스는 “부르주아가 예술 작업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하려 했지만, (좋은 작품을 위해서) 그 문제가 영원히 해결되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다”고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집중하며 보통 사람이라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러워서 외면할 문제들을 훌륭한 작가들은 깊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앤디 워홀 다이어리’에도 워홀의 초라한 모습이 등장합니다. 동유럽 이민자 가정 출신이었던 워홀은 늘 앵글로색슨백인(WASP)처럼 될 수 없다는 데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습니다.
“나는 너무 이상하게 생겨서 어디에 낄 수 없고 이를 바꿀 수도 없다”는 내용이 일기에도 자주 나옵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주는 콤플렉스와 판타지를 깊이 파고든 결과물이 워홀의 예술인 것이죠. 그런 워홀도 자신이 좋아하고 아꼈던 젊은 작가 장미셸바스키아가 흑인으로서 받는 차별의 시선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이렇게 예술가들은 저마다 가진 현실의 문제와 그것이 주는 불안을 끌어안고 거기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초라함, 불안, 허무를 정면으로 파고들어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 좋은 예술 작품이 관객을 위로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여기에 있습니다.
※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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