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포기 압박이 더 강해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어떤 결심을 할까. 8월 중순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1개월 남짓이다.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①출마 강행. 부통령 후보에는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을 관행대로 지명한다. ②출마를 강행하되 부통령 후보로 제3의 인물을 지명. 재선 대통령을 지낸 버락 오바마가 유력 후보다. ③불출마 선언. 민주당은 초고속 경선을 통해 대체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선출 아니라 승계 땐 3번 중임 가능”
바이든은 선택지 ①을 움켜쥐고 있다. 그는 30세 이후 상원의원(36년), 부통령(8년), 대통령(곧 4년)을 지냈다. 하늘에서만 머물던 그는 TV토론 참패 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 바람에 출마 집착이 더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질 확률이 더 커진 것으로 조사되고, 승리한다 해도 만 86세까지 대통령직 수행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패배한다면 노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으며 민주당에 죄짓는 일이기도 하다. 승리하더라도 정상 통치가 어렵다면 대통령직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②의 경우라면 현직 부통령을 내치는 평지풍파를 감수해야 한다. 미국 블로그를 중심으로 퍼져 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통령 발탁 카드라면 돌파 가능하다. 여기에 “트럼프 집권을 막아낸 뒤 나는 취임 100일 되는 날 사임하겠다”고 바이든이 자기 희생을 약속한다면 설득력이 커질 수 있다. 내년 4월 말까지만 집권한다면 인지 능력 저하 우려도 어느 정도 씻게 된다. ‘부통령 오바마’가 대통령직을 승계해 3번째 4년 임기 대통령에 오르는 시나리오다.
미국 수정헌법 22조는 2번까지만 대통령에 투표로 선출(elected)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오바마의 3번째 임기는 얼핏 불가능해 보이지만, 실은 가능할 수 있다. 오바마는 2008년, 2012년 2차례 선출됐지만, 대통령 사퇴에 따른 부통령 승계(succeed)라면 선출된 것이 아니니 명시적 위헌이 아니다. 이재명의 헌법 84조 논란처럼 일종의 입법 미비다. 공화당은 꼼수 아니냐고 비판할 것이다. 그러나 반민주, 부도덕의 대명사가 된 트럼프를 막아야 한다는 대의를 위해 다퉈볼 수 있다.
선택 ③도 순탄할 수 없다. 새 후보를 뽑는다는 건 대혼란을 의미한다. 경선 룰 갈등은 분열을 부르고, 표 응집력을 떨어뜨린다. 갑작스러운 경선으로 국정 준비가 덜 된 후보가 뽑히더라도 트럼프를 꺾을 수 있을까.
바이든은 개인의 명예, 민주당의 승리, 민주주의의 앞날을 놓고 번민할 것이다. 바이든이 선택할 확률은 ①40% ②20% ③40%라고 생각한다. 노쇠함이 한 번이라도 더 노출된다면 출마를 강행하는 ①의 가능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트럼프를 꺾을 가능성만 본다면 시나리오 ②가 80%에 이른다고 생각한다. ①과 ③ 방식으로 약진하는 트럼프를 이길 확률은 20%를 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어떻게든 바이든과 민주당이 고사 가능성이 큰 오바마를 설득해 내는 것이 관건이다.
권력은 외롭다… 그래서 오판한다
바이든은 전국 선거에서 9전 9승 기록을 갖고 있다. 그래서 ①을 통해 10번째 승리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②는 본인도 승리하고, 미국의 향후 4년을 경험 많은 오바마가 이끌도록 할 수 있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권력의 속성상 “사퇴하시라”는 입바른 ③번 조언 받기는 참 어렵다. ②방식이 바이든과 민주당이 윈윈하는 모델이지만, “대통령님 말고는 트럼프를 이길 사람이 없다”며 ①을 속삭이는 백악관 참모가 아직까지는 다수일 것 같다. 질 확률이 큰 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40%나 되고, 이길 확률이 큰 ②의 가능성을 20%로 낮게 보는 이유다. 이처럼 권력은 외롭다. 그래서 권력은 종종 오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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