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후보지명 앞둔 유세서 피격
귀 윗부분 총상 “두려워 않겠다”
트럼프 지지층 결집 가속 전망
용의자 21세 남성 현장서 사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유세 중 총격을 받았다. 오른쪽 귀 윗부분에 총상을 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긴급 대피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암살 용의자를 포함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전직 대통령이자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로 114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이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15일부터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전 마지막 유세를 가졌다.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의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앞두고 ‘출정식’ 성격을 지닌 자리였던 것.
하지만 유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대에 오른 지 10여 분 만에 총격과 함께 중단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통계를 가리키며 “미국 최악의 대통령이 취임해 생긴 일을 보라”고 말하는 순간 총격이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소음과 비명 속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를 부여잡고 연단 뒤로 급히 몸을 숙였으며, 소음은 이후 몇 차례 더 이어졌다.
유세 무대는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SS) 요원들과 경호원들이 뛰어오르며 아수라장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와 얼굴에는 출혈로 보이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경호원들 사이로 “싸우자(Fight)”를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지지자들은 ‘미국(USA)’을 연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축을 받으며 내려가 차량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소셜미디어에 “총알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했다”며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은 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또 델라웨어주 별장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에 이런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이 나라를 통합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용의자는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의 21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크룩스는 현장에서 사살됐고, 주변에서 반자동 돌격소총인 AR-15 계열의 총기가 발견됐다. 미 연방수사국(FBI) 등은 이번 사건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로 규정하고 범행 동기 등을 수사 중이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후보 교체 논란이 거세지던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까지 벌어지며 미 대선 판도가 또 한 번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약 13시간이 지난 14일 오전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고(We will FEAR NOT), 믿음을 회복하고 사악함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이번 주 위스콘신(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위대한 우리 나라를 위해 연설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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