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도 중복청약 제한 없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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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9월, 본청약前 다른 청약 허용
국토부, 잇단 사업취소에 규제 개선


민간 건설사가 진행하는 사전청약에 당첨된 사람들도 이르면 9월부터 다른 아파트에 자유롭게 청약할 수 있게 된다. 공사비 급등으로 사전청약 단지들의 사업 지연 및 취소가 속출하면서 당첨자들의 피해가 불어나자 정부가 해당 시행규칙을 고치기로 한 것이다.

15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다른 단지에 청약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있다”며 “입법 예고 등을 거쳐 이르면 9월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공급하는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타 아파트 청약이 가능한데, 이를 민간 분야로도 확대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민간 사전청약 단지 중 아직 본청약을 실시하지 않은 24곳의 당첨자 1만2827명은 가을부터 청약 제한이 사라지게 된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청약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면서 자금 조달 계획이 꼬이거나 내 집 마련 시기를 놓치는 등의 혼란을 겪어 왔다.

사전청약은 건설사가 토지만 확보한 상태에서 주택 착공 전 청약을 실시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집값이 급등하자 2021년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재도입했다. 하지만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 올해 5월부터 더 이상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폐지된 제도인데 정부가 추가 손질에 나선 것은 사전 당첨자들의 피해를 지금이라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미 사업이 취소된 5개 단지 사전 당첨자 1510명은 규제 개선이 너무 늦어 본인들은 ‘실익’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공사비 올라 본청약 지연 속출… 사전청약 1만2827명 구제 나서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 규제 완화
24곳중 14곳 중도금-잔금 연체… 피해 커질 가능성에 중복청약 허용
사업취소 5곳 1510명 구제 못받아… “땜질식 정책이 문제 불러” 지적

국토교통부가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한 청약 제한을 풀기로 한 건, 사업 지연과 취소로 인한 피해가 계속 불어날 수 있어 당첨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려는 차원이다.

15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전청약을 접수한 뒤 아직 본청약을 실시하지 않은 단지는 24곳으로 당첨자 수는 1만2827명이다. 이 가운데 중도금이나 잔금을 연체해 삐걱대는 단지는 14곳(58.3%)이다. 공사비가 오르는 등 사업성이 악화하는 동시에 높은 시중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연체 단지 14곳 중 5곳은 2년 전 계약금(공급가의 10%)만 내고 중도금 및 잔금을 한 번도 내지 않았다.

● 24곳 중 14곳 연체… 취소 단지 늘어날 듯


국토부의 규제 개선은 시행규칙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손보는 방식이다.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해 ‘동일한 통장으로 다른 주택의 공급을 신청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없애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사업이 취소된 분들의 불만은 다른 곳에 청약할 수 없었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사전청약이라는 제도 자체를 폐지한 마당에 당첨자들에게 이런 의무를 계속 지우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업이 취소된 민간 단지는 인천 가정, 경기 파주 운정지구 등 5곳(사전청약 당첨자 1510명)이다. 이 단지들의 연체 금액은 최소 80억6500만 원에서 최대 727억2584만 원에 이른다. LH에 따르면 택지 분양대금 연체이자율은 연 8.5% 수준이다. 6월 주택담보대출 금리(코픽스 신규 취급액 기준)인 3.52%의 두 배가 넘는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가 살아나면서 분양이 잘된다고 하더라도 높은 이자율과 밀린 이자가 문제다”라며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등 사업성이 악화돼 현 금리대로라면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 중 취소 단지가 더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 땜질식 사전청약 제도 부활이 문제 불러


정부가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입주를 보장할 수 없는 사전청약 제도로 인해 당첨자들이 그간 청약 기회를 상실하는 등 시간만 허비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사업이 취소된 민간단지에 대해서는 구제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특히 당시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 다자녀 등 특별공급제도를 활용한 이들 중 이제 해당 자격이 없어진 이들도 많다. 4일 사업이 취소된 파주 운정 주상복합 3블록 당첨자 윤모 씨(41)는 “결혼한 지 6년이 지난 2022년 6월 신혼부부 특공으로 당첨됐다. 이제 2년이 흘러 혼인신고 후 7년까지 허용되는 신혼부부 특공은 다시 지원할 수 없다”며 “2026년 입주에 맞춰 웃돈을 주고 4년 계약이 가능한 전셋집에 들어온 상황인데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전세를 중도 해지해야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전청약 제도를 땜질식으로 부활시키면서 나타난 예고된 부작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사전청약 제도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제도로 운영됐다. 하지만 사전예약 이후 본청약까지 최장 8년이 밀리며 일정이 차질을 빚자 폐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급등기 청약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2021년 이 제도를 다시 꺼냈다. 문제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이 여전히 없었다는 점이다. 최근처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엔 당첨자들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사전청약 제도는 사업 기간이 길어 리스크가 많고 분양 가격 등의 변동성도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공 단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끌고 갈 수 있지만, 민간 단지는 건설사에 손해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행하면 안 됐었다”고 강조했다.

#민간 사전청약#당첨자#중복청약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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