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LCD 등 中중간재 수입 확대
후판 13%, 모터부품 62% 늘어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 향상 영향
한중 무역구조 사실상 역전 현상… “美 수출때 제재 가능성 대비해야”
한국 조선사들이 배를 만들 때 사용하는 중국산 철강 제품이 크게 늘고 있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등 다른 산업에서도 첨단 제품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중국산 반도체를 많이 쓰고 있다. 이처럼 한국 산업 곳곳에 중국산 중간재가 스며드는 ‘차이나 인사이드’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중간재까지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 상반기 중국산 후판 수입량 13% 증가
1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후판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68만8367t이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H형강 등으로 일부 건설 산업에 쓰이지만 대부분 조선업에 활용된다.
중국산 후판 수입량의 증가세는 2021년(10만7133t) 이후 3년 동안 연평균 86% 정도로 가파르다. 한국 조선 업체가 생산량 증대와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산 후판 채택 비중을 늘리는 게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의 20% 수준을 차지하는 선박의 핵심 부품(중간재)이다. 업계에 따르면 그간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의 후판을 90% 넘게 활용해 오던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는 최근 몇 년간 국산 사용 비중을 70%까지 떨어뜨렸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가격이 낮은 것뿐만 아니라 제조 기술력도 좋아지다 보니 중국산 후판 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 반도체, LCD, 가솔린 엔진에도 파고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가솔린 엔진 등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수입 품목 1위는 메모리 반도체다. 상반기 반도체 수입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1.3%가 늘어난 83억5182만 달러(약 11조5400억 원)를 나타냈다.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지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주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28나노미터 이상의 저성능 제품이 대다수다.
같은 기간 수입량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보인 품목은 자동차·트랙터의 가솔린 엔진(불꽃점화식 내연기관·531.5%), 모터용 부품(62.1%), LCD(45.1%) 등이 있다. 태양광 모듈과 트랜지스터의 수입량도 각각 9.1%, 8.5%가 늘었다. 김나율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올해 잠잠하긴 하지만 지난해만 해도 중국산 2차전지 소재의 수입량이 많았다”고 했다.
당장 중국 업체들과 경쟁 관계에 놓인 한국 중간재 업체들은 4차 산업혁명 전환 흐름에 발맞춰 기술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한 무역업체 임원은 “과거 중공업 기업을 대상으로 공작 기계를 만들다가 2차전지 소재용 설비 기계로 제품을 전환해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며 “중국의 제조 기술력이 높아지고 있어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중국산 중간재 활용 비중이 높은 업체들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유종철 대한상공회의소 통상조사팀장은 “미국이 중국산 우회 수출에 대해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제품 가격이 다소 오르더라도 국산 제품을 쓰거나 중국 이외 국가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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