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선 하루도 못 간 금연… 함께 버티니 성공 예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8일 03시 00분


[담배 이제는 OUT!]
금연캠프 연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
4박 5일간 중증-고도 흡연자 대상
약물 치료와 맞춤 개인 상담 제공… 담배로 인한 기저질환 관리 병행
퇴소 후도 주기적으로 전화 상담… 참여자들 6개월 금연 성공률 70%

11일 경기 안양시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에서 열린 금연캠프 참가자들이 센터장인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부터 중증·고도 흡연자의 금연을 위해 4박 5일간 금연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안양=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1일 경기 안양시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에서 열린 금연캠프 참가자들이 센터장인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부터 중증·고도 흡연자의 금연을 위해 4박 5일간 금연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안양=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암에 걸릴까 두려운 마음에 꼭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금연캠프에 참여했습니다.”

11일 경기 안양시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에서 만난 문근식 씨(62)는 “금연캠프 4일 차인 흡연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40여 년 동안 담배를 피웠다는 문 씨는 과거에도 수차례 금연을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폐 질환으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던 그는 지인으로부터 ‘금연캠프에 참여하면 성공률이 높다’는 말을 듣고 참여를 결심했다. 문 씨는 “매일 상담사와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니 심리적으로 안정된다”며 “과거 금연을 시도했을 때 하루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4일째인데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가 크지 않다”고 했다. 또 “이번 기회에 꼭 금연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 중증 흡연자 참여하는 ‘금연캠프’


금연캠프 참가자들이 건강 체조를 배우는 모습.
금연캠프 참가자들이 건강 체조를 배우는 모습.
보건복지부가 2015년부터 운영 중인 ‘금연캠프’는 중증·고도 흡연자 금연을 위해 4박 5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매일 1갑씩 20년 이상 흡연을 이어왔거나, 흡연 관련 질병을 진단받은 후에도 흡연을 지속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참여자는 전국 지역금연지원센터 17곳에 입소해 전문 치료와 상담을 받으며 집중 금연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다.

11일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경기남부센터에는 참여자 17명이 둘러앉아 센터장인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었다. 백 교수는 흡연이 뇌신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캠프 참여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한 참여자는 “금연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백 교수는 “(금연 시에는) 불안하고 우울한 것이 보편적”이라며 “호르몬 조절을 위해 나가서 운동하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센터장 외에도 금연캠프에는 의료진 3명과 금연상담사 3명, 간호사 1명이 배치돼 참여자들을 수시로 관찰한다. 참여자들은 캠프 입소식 때부터 ‘금연출정선언’을 통해 금연 결심을 알린 뒤 매일 일산화탄소 검사를 통해 흡연 여부를 확인한다. 캠프 측에선 금연을 돕는 니코틴 패치·금연껌 등 니코틴 보조제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금연 약물 치료도 진행한다.

참여자들은 특히 캠프에서 제공되는 상담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캠프 내에선 흡연 패턴과 연령대 등 특성에 맞춰 개별 상담과 집단 상담이 진행된다. 50여 년간 담배를 피우다 금연을 결심했다는 박권 씨(70)는 “개별 심리 상태에 맞게 일대일 심리 상담을 여러 번 하는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4주 성공률 97.4%, 반년 성공률 70.3%

장우성 씨(40)는 지난해 7월 장애인 역도 선수인 아버지와 함께 금연캠프에 참여해 금연에 성공했다. 장 씨의 아버지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도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역도 선수다. 흡연으로 인해 호흡이 가빠지며 역도 실력이 퇴보하는 걸 느낀 아버지는 장 씨에게 금연캠프 동반 참가를 권유했다. 장 씨의 아버지는 캠프에서 이뤄진 건강검진과 다양한 강연 등을 통해 금연의 중요성을 깨닫고 금연에 성공했다. 퇴소 후에는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다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장 씨는 “아버지가 체육관 동료들에게도 금연캠프를 추천했다. 아버지의 조언에 지금까지 여섯 분이 금연캠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올 2월 금연캠프에 참여한 주홍식 씨(57)는 금연캠프 내 건강검진 과정에서 당뇨 전 단계를 진단받기도 했다. 주 씨는 “현재 계속 금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 음식을 자제하려 하고 있다”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금연을 시도하니 더 성공률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찾은 캠프에서도 참가자 17명 중 5명이 당뇨 전 단계를 새로 진단받았다. 양소이 간호사는 “환자들이 기저질환을 최소 하나씩은 갖고 있지만 담배로 인한 것으로는 인식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저질환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본인이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복지부 금연캠프의 금연 성공률은 6개월 기준으로 평균 44.2%다. 경기남부센터의 경우 4주 성공률은 97.4%, 6개월 성공률은 70.3%에 달한다. 상담사들은 캠프가 끝난 후에도 캠프 참여자들에게 2주∼한 달 주기로 전화 상담을 통해 금연 여부 등을 확인한다. 2023년 기준 누적으로 총 6822명이 금연캠프에 참여했다.

#금연#금연캠프#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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