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검찰 “CIA출신 한국계 수미 테리, 등록 않은채 韓요원으로 활동” 기소
국정원, 명품 선물하고 자금 지원… 공소장에 매장-식사 사진 등 담겨
테리측 “美에 봉사해온 업적 왜곡”
미국 연방 검찰이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사진)을 ‘외국대리인등록법(FARA·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 위반 혐의로 16일(현지 시간) 기소했다.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해 사실상 한국의 불법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연방 검찰은 공소장에 ‘테리는 FARA에 등록하지 않은 채 사실상 한국 요원(an agent of the ROK)으로 활동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공소장에는 외교관 신분으로 미국에 파견된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테리에게 줄 명품 가방을 구매하는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 양측이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진 등이 고스란히 포함돼 있다. 한국 정보 당국의 허술한 보안의식과 동맹국을 상대로 한 정보 활동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일종의 ‘정보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는 2013년부터 국정원 요원들과 접촉하며 비공개 정보 제공, 미 정부 고위 당국자와의 만남 주선, 의회 증언 및 기고문 작성 등을 대가로 보테가베네타와 루이뷔통의 가방, 돌체앤가바나 코트 등을 받았다.
또 테리는 국정원 자금이라는 것을 숨기고 자신이 속한 싱크탱크의 운영비 3만7035달러(약 5115만 원)를 지원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소장에는 국정원 요원이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테리에게 미 주요 매체에 한미핵협의그룹(NCG)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고문을 투고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 정부가 지원해 온 싱크탱크 전문가를 불법 로비스트 혐의로 기소한 건 이례적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007년 재미교포 사업가 박일우 씨가 국정원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대북 첩보 활동을 벌였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유명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는 전직 관료 출신 전문가를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테리는 12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와 보스턴 터프츠대를 졸업했다. 미국 국적자인 그는 CIA 대북정보 분석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국일본 담당 국장, 미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 담당 정보관 등을 지냈다. 공직을 떠난 뒤에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우드로 윌슨센터 같은 싱크탱크에서 활동했다.
테리 측 변호사인 리 월러스키는 동아일보에 보내온 성명에서 “연방법원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테리 연구원은 언제나 한미동맹을 확고히 지지해 왔고 이 기소를 기뻐할 사람은 북한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혹들은 근거가 없고, 수년간 미국에 봉사해 온 학자이자 뉴스 분석가의 업적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대신해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간은 테리가 한국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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