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근대5종 ‘金 출사표’
3년전 도쿄서 한국 최초 동메달… “스스로 계속 발전” 자신감 충만
펜싱 결과따라 메달 색깔 갈려… “승률 71%, 꿈의 숫자 아니다”
“도쿄에서 내 전부를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근대5종 최초의 올림픽 메달(동)을 딴 전웅태(29)는 아직 끝이 아니라고 했다. 근대5종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에서 최근 만난 전웅태는 “스스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느낀다. 파리에서 금메달을 따내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겠다”면서 “파리에서 한국 근대5종이 얼마나 전진했는지 보여주겠다. 반드시 웃는 얼굴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전웅태는 지난달 정저우(중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5년 만에 세계선수권 개인전 시상대에 섰지만 스스로는 합격점을 주지 않았다. 전웅태는 “올림픽 전 마지막 테스트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금메달을 준비했고 자신감도 있었는데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 결과에 비해 내용이 좋지 않았다. 남은 시간 모든 종목을 하나도 빠짐없이 준비해서 파리로 가겠다”고 했다. 근대5종 대표팀은 29일 결전지 파리로 떠난다. 파리 올림픽 근대5종 경기는 다음 달 8일 시작이다.
근대5종은 △펜싱(에페) △수영(자유형 200m) △승마(장애물 경주) △육상(3km 크로스컨트리) △사격(10m 레이저건)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2009년부터는 육상과 사격을 ‘레이저런’으로 묶어 동시에 진행한다.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는 변화가 있다. 이전에는 참가 선수 36명 전원이 결선을 치렀지만 결선 참가자 18명을 가리는 준결선이 신설됐다. 이렇게 되면 말을 ‘랜덤으로’ 배정받아 변수가 많은 승마를 두 번 해야 한다. 또 육상도 800m 트랙을 4바퀴 도는 방식에서 600m 트랙 5바퀴로 바뀌었다. 트랙 길이가 짧아지면서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속도를 높여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전웅태는 “(승마 두 번이) 부담도 되지만 만회할 기회가 생긴 것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극복해야 할 몫”이라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팬들에게 근대5종 경기를 두 번이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도리어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펜싱 성적에 따라 메달 색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선수 36명이 서로 한 번씩 대결하는 랭킹 라운드에서 35경기 중 최소 25승(승률 약 71%)은 따내야 금메달을 노려 볼 수 있다. 도쿄 올림픽 때 펜싱에서 21승을 거뒀던 전웅태는 “승률 71%가 꿈의 숫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세대교체되는 과정에서 펜싱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지만 내 실력만 제대로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25승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웅태는 금메달 세리머니도 미리 정해뒀다. 절친한 후배인 육상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28)과 같이 이름에 들어가는 알파벳 ‘W’를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이기로 약속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딴 김현우(36) 선배처럼 경기장에 태극기를 펼쳐 놓고 큰절을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전웅태는 “내 인생에서 내가 욕심부린다는데 누가 말리겠냐”며 웃고는 “메달 색은 노력에 비례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버텨 이겨내겠다”고 했다.
어릴 적 수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근대5종 간판스타가 된 전웅태는 “‘마린 보이’ 박태환 선배(35)를 보며 내가 꿈을 키웠던 것처럼 나 또한 누군가의 꿈이 되고 싶다. 이변은 없다. 팬들의 기대대로 멋진 모습 보여주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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