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구직도 안하는 대졸자 405만명 역대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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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악화로 취업포기 청년 늘어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일이나 구직 활동을 모두 하지 않고 있는 대졸자가 올 상반기(1∼6월)에 4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졸 이상(전문대졸 포함) 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는 올 상반기에 월평균 40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늘어난 것으로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치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만 15세 이상인 인구를 뜻하는데 여기에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 등도 포함된다.

비경제활동인구에서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 비율은 2020년 상반기 23.7% 수준이었지만 올 상반기 25.1%로 처음 25%를 넘어섰다. 또 대졸 이상 청년층(15∼29세)의 비경제활동인구는 올 상반기 월평균 59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0명 늘었다. 20대 청년층이 대졸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청년층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취업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청년 첫 일자리 31%는 ‘1년이하 임시-일용직’


‘그냥 쉬는’ 대졸자 405만명
“대기업 공채 폐지로 취업여건 악화”

청년 일자리 여건 악화는 청년들의 첫 일자리 경험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을 기준으로 학교를 졸업하거나 도중에 그만둔 뒤에 취업한 경험이 있는 청년층 376만5000명 가운데 118만1000명은 첫 일자리가 계약 기간 1년 이하의 임금근로 일자리로 나타났다.

계약 기간 1년은 양질의 일자리인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쓰이는데 임시·일용직으로 사회 활동을 시작한 청년의 비중이 올해 31.4%에 이른 것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공표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10년 전인 2014년 5월(19.5%)과 비교하면 11.9%포인트 더 높다.

첫 일자리 가운데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일시적 임금근로 일자리의 비중도 올 5월 7.7%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등을 포함하는 일시적 일자리까지 계산하면 올해 청년층의 첫 일자리 가운데 단기 일자리 비중이 39.1%에 이르는 셈이다. 2021년 5월(40.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수치인데 10년 전에는 이 비중이 31.8% 수준이었다.

반면에 올해 첫 일자리가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계속 근무가 가능한 일자리인 청년은 52.6%, 계약 기간 1년이 넘는 임금근로 일자리인 청년은 5.8%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두 일자리에 처음 취업하는 비중은 58.4%에 머무르면서 10년 전(65.1%)보다 6.7%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을 제외한 상당수 대기업이 대졸 공채 제도를 폐지하면서 경력 없는 대졸자의 취업 여건이 악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의 업무 능력이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문제도 청년층 취업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악화#취업포기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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