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中매출 2배로 껑충… “韓, 미-중 사이 실리전략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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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2분기 매출 40% 급증
美의 규제 확대 우려한 中기업들
AI 고성능 컴퓨팅 분야 주문 늘려
반도체 비축… 제조장비도 사재기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중국 기업들의 ‘사재기’ 덕에 수혜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매출이 1년 사이 거의 2배로 뛴 것이다. 미국의 대중 규제가 기존 장비 중심에서 칩 제조 분야로까지 본격 확대될 것을 우려해 중국이 미리 물량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3일 TSMC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중국에서 발생한 매출은 1078억 대만달러(약 4조5600억 원)로 올 1분기(1∼3월) 대비 102.0%, 전년 동기 대비 86.8% 늘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16%로 1분기보다 7%포인트 커졌다. TSMC는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6735억 대만달러의 매출을 거두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를 냈다.

TSMC 실적에서 중국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미국의 대중 규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 공화당 후보 모두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경제일보는 “규제 확대에 앞서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비축에 나섰다”며 “이는 TSMC에 주문을 서둘러 늘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내 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르게 부상하며 고부가 파운드리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TSMC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중국 매출 확대 배경에 대해 “주로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 중국 주문이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대부분 중국 자체 양산 기술이 뒤떨어지는 5나노(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화웨이 등 블랙리스트 기업에 대한 거래 제한, 첨단 반도체용 장비 수출 통제 등 중국 관련 각종 규제를 내놨다. 하지만 파운드리 분야는 규제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이다. 연원호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사실상 장비 규제에 집중됐고 최종 생산에 대한 규제는 모호한 부분이 많았다”며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중심으로 TSMC 주문이 확대됐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으로의 장비 수출 통제도 각종 우회 루트로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주요 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20% 안팎이었는데 올 1분기에는 40%를 넘어섰다. 일본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 ASML은 각각 47%, 49%를 기록하며 특히 미국 외 기업들의 중국 수출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반대로 한국 반도체 업계는 미중 갈등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메이저 기업의 장비를 대거 사들이면서 한국산 장비의 인기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제조 분야도 미국 눈치를 보느라 중국 사업을 섣불리 확대하지 못해 실적 성장이 제한된다. 한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사장은 “다들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아 돈을 버는데 유독 한국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했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TSMC 등 해외 기업들이 우회해서 중국 판매를 늘리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도 무작정 중국과의 협력을 끊기보다 미중 양국 사이에서 실리를 찾는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만#tsmc#중국 매출#글로벌 파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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