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2·사진)이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정상을 차지하며 한국 선수단에 11번째 금메달을 안긴 날 대표팀 이탈 의사를 밝히는 폭탄선언을 했다. 자신의 무릎 부상을 두고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게 이유다.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허빙자오(9위)를 2-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 펜싱 양궁을 제외한 종목에서 나온 한국의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 단식 정상에 오른 건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방수현(52)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땄다.
그런데 안세영은 이날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작년 아시안게임 때 당한 무릎)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고 완전히 나을 수 없었는데 대표팀에서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 대표팀과 계속 같이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대표팀이 7일 파리에서 귀국하면 안세영과 면담 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기로 했다. 안세영은 이런 불만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협회 측에 표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재(25)는 이날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사격의 이번 대회 6번째 메달(금 3개, 은메달 3개)로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이다.
안세영 “계속 가기 힘들다” 금메달 딴날 대표팀 이탈 폭탄선언
[PARiS 2024] 작년 亞게임서 오른쪽 무릎 다쳐… “심각한 부상 안일하게 여겨 실망 협회가 너무 많은 것 막고 있어… 대표팀 떠나도 올림픽 자격 줘야” 협회 “의료지원 부족하다 느낀듯”
“이제야 숨이 쉬어진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부상 이후 못 올라설 때 울고 짜증 내고 이랬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무릎아, 너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 뻔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셔틀콕 천재’ 안세영(22)이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내고 싶다”던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낭만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이 시상식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과 기자회견장에서 연거푸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저격’하며 대표팀 이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 단식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27·중국·9위)를 상대로 52분 만에 2-0(21-13, 21-16) 완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52)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에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은 2008년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챔피언 이용대(36)-이효정(43) 조 이후로 5개 모든 종목(남녀 단·복식, 혼합복식)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추가하지 못하던 상태였다.
안세영은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2021년 도쿄 대회 때 천위페이(26·중국·3위)에게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천위페이는 결국 도쿄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결승을 치르던 중 오른쪽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대표팀과 안세영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지난해 한국 배드민턴 단식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당한 뒤로 좀처럼 국제대회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지속적인 무릎 통증이 문제였다. 안세영은 올해 5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시안게임 후 2∼6주 정도 재활을 거치면 복귀할 수 있다는 진단 내용과 다르게 통증이 줄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다른 병원을 방문해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고 올림픽까지 최대한 통증에 적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남기기도 했다.
안세영은 “당시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런데 이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협회에 많이 실망했었다”면서 “(큰 부상이 아니라는) 오진이 나온 순간부터 참으며 경기를 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다시 검진해 보니 상태가 더 안 좋았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수정)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트레이너 선생님이 자꾸 눈치를 보는 상황을 만들어 죄송한 생각도 든다”고도 했다.
안세영은 계속해 “(협회에 실망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배드민턴만 계속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 되든 견딜 수 있을 것”이라며 “대표팀을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뛸 수 없다는 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 협회가 너무 많은 걸 막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안세영은 또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했던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하나만 나온 걸 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면서 “이번 금메달로 배드민턴이 좀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배드민턴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안세영에게 한의사를 따로 붙여주는 등 협회에서도 의료 지원을 해줬지만 선수 본인은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다”면서 “안세영이 대표팀 활동과 관련해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해 온 건 사실이다. 협회도 계속 면담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안세영은 올해 1월 자신의 요구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협회에 보냈고,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협회에 전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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