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불법사채와의 전쟁]
피해자 80% “플랫폼 통해 처음 접해”… 지금까진 법적 근거 모호 ‘관리 사각’
정치권 ‘방치 플랫폼 처벌’ 입법 준비… 지자체→금융위, 감독기관 변경도
여야가 ‘불법 사채의 관문’으로 피해자를 대거 유입하면서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에 대한 관리 감독과 처벌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불법 사채를 방치하는 플랫폼 사업자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민의힘도 금융당국이 대부중개 플랫폼을 집중 감독하도록 하는 한편, 불법 사채광고를 차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은 대부업체의 광고를 모아 보여주는 웹사이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30여 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포털에서 ‘급전 대출’ ‘소액 대출’로 검색할 때 상위에 나오는 웹사이트 대다수가 대부중개 플랫폼에 해당한다. 2022년 금융감독원 설문조사 결과 불법 사채 피해자의 약 80%가 플랫폼을 통해 불법 사채를 처음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과 추심 등 전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플랫폼을 통해 불법 사채에 처음 발을 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규정상으로는 금융당국 및 지방자치단체에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만 대부중개 플랫폼에 광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불법 사채 조직의 영업창구로 악용되는 상황이다. 불법 사채 조직들은 보통 다른 사람 명의로 된 등록증을 돈을 주고 사와 범행에 활용하는데, 플랫폼들이 이런 위장업체를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플랫폼을 통한 불법 사채 피해자는 계속 늘고 있는데도 플랫폼 업체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가려 지금까지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현행 대부업법상 대부중개업자, 즉 플랫폼이 불법 사채 조직이나 업자에게 ‘중개’를 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광고비를 받고 광고만 올려주는 행위는 중개로 보기 어렵다 보니 플랫폼에 대한 직접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발의할 예정인 대부업법 개정안의 불법 중개 처벌 조항에 ‘미등록 대부업자가 대부중개 플랫폼을 이용하게 해선 안 된다’는 조항이 포함된 배경이다. 정식 업체로 위장해 불법 사채업을 벌이는 미등록 업체를 방치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플랫폼도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
또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의 관리감독 기관을 현행 지자체에서 금융위원회로 변경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감독을 받도록 했다. 이는 지자체에 전문성을 갖춘 감독 인력이 없어 감독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인 점을 보완한 조치다. 현재 영업 중인 플랫폼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고,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돼 있는데, 지자체에는 전문성을 갖춘 감독 인력이 없어 관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국민의힘이 이르면 9월 중 발의할 예정인 관련 법안에도 금융감독원과 금융위 등이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을 직접 규제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여당은 포털사와 협력해 불법 사채조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카페 등에 올린 불법 사채 광고를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나체 사진이나 지인 연락처를 대부업체에 담보로 제공하는 불법 대부계약을 무효화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을 예정이다.
불법 사채 근절에 대한 여야 간 협치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통화에서 “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민주당과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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