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두고 ‘尹-韓 4차 충돌’
친윤 “정치력 하수 스스로 증명”… 친한 “박영선 총리기용설 시즌2”
이재명 “여러 루트로 金 복권 요청”… 대통령실 “김경수 ‘김’자도 못들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 복권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사면 및 복권 결정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맞받았다. 한 대표의 당 대표 취임 이후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으로 수습되는 듯하던 ‘윤-한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 지난 총선 국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의혹 및 ‘이종섭-황상무’ 문제 해법을 둘러싼 1, 2차 충돌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벌어진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갈등에 이은 4차 충돌로 번지는 양상이다.
그동안 사면심사위원회를 통과한 안건에 대해 대통령 재가가 안 난 전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3일 국무회의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이 확정되고 윤 대통령이 재가할 경우 윤-한 관계가 다시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민주당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사전에 요청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서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2022년 12월에 김 전 지사 사면을 결정할 때 복권까지도 전제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이 결정한 고유 권한에 대해 여당 대표가 왜 흔드나. 왈가왈부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으로 사면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친윤(친윤석열) 진영에서는 한 대표를 향한 날 선 반응이 확산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공개적으로 “당정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된다”며 “비공개로 대통령실에 의견을 개진하는 게 아니라 언론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고 했다. 친윤계 핵심 의원도 통화에서 “정작 기분 나빠야 할 사람은 이 전 대표인데, 그 와중에 자신이 영수회담에서 제안했다고 내세운다”며 “한 대표가 이 전 대표에 비해 정치력이 한참 낮은 하수임을 증명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당 대표가 스스로 대통령 권한을 무너뜨렸다. 사면·복권 갖고 대통령에게 뭐라 할 거면 대통령 고유 권한인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도 앞으로 요청하지 말아야 된다”고 했다.
이에 앞서 한 대표는 8일 밤 김 전 지사의 복권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대통령실에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 않은 사람을 복권해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고 당원과 지지층도 반대가 많다”며 여러 경로로 수차례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 과정에서 측근들에게 “당은 민심을 대통령실에 전달해야 한다. 그게 당의 역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공개 입장 표명은 피하고 있다. 대통령 사면권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모습은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 대신 한 대표 측 인사들이 대통령실과 친윤 진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 대표 측은 “여당 대표가 민심의 우려를 전달하는 건 당연하다”며 “대통령이 마이동풍(馬耳東風)인 것”이라고 반발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당 게시판 등에서 당원들이 들끓고 있는데도 굳이 김 전 지사를 사면하려는 건 ‘박영선 국무총리설 시즌2’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한 시동을 건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내가 김 전 지사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복권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의견을 전달한 시점은 “사면 복권 회의가 이뤄지기 전”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이 전 대표가 “여러 루트로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영수회담 석상에서는 물론이고 김경수의 ‘김’자도, 복권의 ‘복’자도 나온 바가 없다”고 부인하자 공개 반박에 나선 것.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야당의 요청 사실을 부인한 것이 결국 ‘야권 갈라치기’를 위한 의도라고 반발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 의원은 “김 전 지사 복권을 통해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대통령실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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