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실력 못지않은 태극전사 ‘말말말’
오상욱 “잘한다 하니 진짜 잘하는줄”
김예지 “빵점 쏴도 세상 안 무너져”
‘어차피 이 세계 짱은 나.’ 사격을 시작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반효진(17)은 노트북 모니터에 이런 메모를 붙인 채 파리 올림픽을 준비했다.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거 없다’는 게 그의 좌우명이었다.
반효진은 이번 대회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 내내 앞서가다 마지막 발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그 바람에 승부는 슛오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초긍정적인 ‘효진적 사고’는 변하지 않았다.
슛오프에서 결국 0.1점 차로 승리한 반효진은 “아침에 ‘오늘의 운세’를 봤더니 ‘모두가 나를 인정하게 될 날’이라고 쓰여 있었다. 슛오프까지 간 게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자신감을 끌어올려야 할 때는 ‘상욱적 사고’도 도움이 된다. 펜싱 남자 사브르 2관왕 오상욱(28)은 개인전 결승에서 14-5로 앞서가다 연달아 6실점 하며 위기에 몰렸다. 그때 원우영 코치(42)가 “할 수 있다. 네가 최고다”라고 외쳤다. 오상욱은 경기 후 “‘잘한다, 잘한다’ 해주셔서 진짜 잘하는 줄 알고 결국 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시현적 사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양궁 3관왕에 오른 임시현(21)은 “‘바로 다음 대회에서 3관왕을 또 하는 게 쉬울 거 같냐’는 말이 부담될 뻔도 했다. 그런데 어차피 나랑 목표가 같은 거면 감사한 일 아닌가 싶어, 그냥 바늘구멍을 통과해 버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복 탄력성’이 필요할 때는 ‘예지적 사고’다. “괜찮아. 다 나보다 못 쏴”라는 마인드로 사격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김예지(32)는 주 종목인 25m 권총에서 시간 초과로 0점을 받아 탈락했다. 그러나 “빵점 한 번 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털고 일어났다.
“손흥민이 왜 그렇게 자주 우는지 알 수 있었다”던 김주형(22·골프)의 말처럼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가는 건 국제무대에 익숙한 선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메달을 땄다고 젖어 있지 말아라. 해 뜨면 마른다”는 김우진(32·양궁)의 말이 모든 메달리스트에게 금과옥조인 이유다.
메달을 못 땄다고 좌절할 것도 없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경쟁 선수 도핑 때문에 빼앗겼던 동메달을 12년 만에 받은 전상균(41)은 역도 대표팀 후배 박주효(27)에게 “올림픽 7등은 그냥 7등이 아니라 세계 7등이다. 기죽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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