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아스니에르에 있는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아틀리에. 직원이 강렬한 주황색 안감과 고급스러운 검정 가죽 표면으로 장식된 시계함을 보여줬다.
이곳에선 장미 무늬로 장식된 보석함, 팝아트적인 디자인의 가방 보관함 등 일반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제품이 태어나고 있었다. VIP 고객들이 주문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품들이다. 11일 폐막한 2024 파리 올림픽에 등장했던 ‘성화 보관 트렁크’ 또한 이곳에서 제작됐다.
이날 루이뷔통은 그간 좀처럼 공개하지 않았던 이 아틀리에를 전격 공개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루이뷔통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코카콜라 등 이번 올림픽을 후원한 각국 대기업 또한 올림픽 기간 중 색다른 마케팅에 나서 그간 관례적으로 이뤄졌던 올림픽 마케팅의 공식을 바꿨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 “후원사 많이 노출한 첫 올림픽”
루이뷔통의 모기업이자 이번 올림픽의 최대 후원사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는 곳곳에 자회사의 브랜드를 노출시켰다. 지난달 26일 개회식 영상에는 루이뷔통 가죽 제품을 제작하는 장면도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LVMH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은 댄서들도 등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사실상 3분간의 LVMH 광고였다”고 평했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진행된 성화 봉송식 때는 성화가 루이뷔통의 다미에 패턴이 선명한 트렁크에 담겼다. 메달은 LVMH 산하 주얼리 브랜드 ‘쇼메’가 디자인했다. 심지어 메달을 운반하는 쟁반에도 루이뷔통 가죽이 입혀졌다. 개회식 때 축가를 불렀던 유명 가수 셀린 디옹의 순백 드레스도 LVMH의 자회사 크리스챤디올이 만들었다.
삼성전자 또한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했다. 메달을 딴 선수들은 일제히 시상대에서 삼성의 ‘갤럭시 Z플립6 올림픽 에디션’ 스마트폰으로 ‘빅토리 셀카’를 촬영했다. 삼성은 선수들에게 이 휴대전화를 총 1만7000대 제공했고 신형 스마트폰이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 코카콜라는 개회식에 금색 병을 배치했다. 성화가 지나는 프랑스 6개 도시에서 ‘코카콜라 콘서트’도 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LVMH, 삼성, 코카콜라 등이 예전에 광고가 없던 올림픽 구역에서 자사 제품을 배치했다며 “올림픽을 상업화한 전례 없는 사례”라고 짚었다.
● 주최국 비용 절감, 기업은 고객 다양화
올림픽은 프로 축구, 프로 농구 등과 달리 그간 경기장 내에서 후원 기업을 가급적 노출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 주요 후원 기업이 마케팅 경쟁을 벌인 것은 올림픽 주최국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주최국들이 (올림픽 비용을 충당할 자국) 납세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후원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상류층에 집중했던 럭셔리 기업이 스포츠를 통해 고객 저변을 넓히려는 계산도 맞아떨어졌다.
이로 인해 후원 기업 간 차별 논란도 발생했다. NYT는 “LVMH와 삼성은 예전에 신성시됐던 올림픽 공간에 노출돼 다른 후원 기업들의 분노를 샀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노출 범위에 대한 논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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