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불황형 대출’]
최고금리 인하에 대출 문턱 높아져
대부업체 대신 고금리 불법사채로
“금리 인하 일변도 정책 재고해야”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부업체 대출 등 서민 대상 금융상품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런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역대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를 계속 인하해 왔다. 하지만 이런 최고금리 인하 정책은 저신용자에게 오히려 독(毒)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대부업 고객들의 이자 부담은 일부 줄어들었지만, 대부업체들이 아예 대출 문턱을 높여버리면서 취약계층들이 고금리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최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포용금융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최고금리 인하가 저신용자의 부담을 도리어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법정 최고금리는 2017년 27.9%에서 2018년 24%, 2021년 20% 등으로 계속해서 인하돼 왔다. 이에 따라 대부업 평균 대출금리는 2017년 말 19.6%에서 지난해 말 13.6%로 낮아졌다. 연구원은 해당 기간 동안 대출금리 하락으로 대부업 이용자들이 약 4조4000억 원의 이자 절감 혜택을 봤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대부업체들이 금리가 낮아지자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여버리면서 대부업 이용자는 줄고, 상당수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옮겨 갔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같은 기간 대부업체에서 대출 퇴짜를 맞고 불법 사금융을 통해 급전을 마련한 저신용자들의 이자 비용을 24조4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대부업 이용자 이자 절감액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책을 시행한 이후의 영향을 분석하고 피드백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가 미흡했다”며 “최고금리 인하 일변도의 정책은 재고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2021년 이후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유지하고 있지만 정책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취약계층을 더 불법 사금융으로 몰아넣는 상황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은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취약계층들의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대부업법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30배로 늘리고 △최고 이자율(현행 20%)을 넘는 대부업 계약 체결 시 이자 전액을 무효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같은 당의 천준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부업의 대표이사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 소속 임직원으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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