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적자 20조4000억 늘어
기업 부진에 법인세수 16조 급감 탓
재정지출 허리띠 졸라매는 정부
내년 예산 3%대 증가 680조 전망
올해 상반기(1∼6월) 나라 살림 적자 폭이 2년 만에 100조 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수가 급감한 가운데 정부 지출은 늘어난 결과다.
경제위기나 감염병 확산 등 대규모 재정지출 요인이 생긴 것도 아닌데 이만큼의 대규모 적자가 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게다가 저성장으로 세수가 계속 줄어들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예산 지출이 매해 늘어나는 상황이라 앞으로의 재정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정부는 재정 곳간의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기존 계획보다 낮은 3%대로 묶는다는 방침이다.
● 상반기 103조 적자, 역대 두 번째
14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는 103조4000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83조 원 적자) 대비 적자 규모가 20조4000억 원 늘어났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상반기 기준 재정적자가 100조 원을 넘긴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됐던 2020년과 2022년 등 앞서 두 번뿐이었다. 올해 적자 규모는 2020년(110조500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추경을 편성할 정도의 지출 급증 요인이 없었음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의 재정적자 규모는 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부의 총수입은 전년 대비 3000억 원 감소한 296조 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16조1000억 원이나 급감한 영향이 컸다. 반면 총지출은 1년 전보다 20조3000억 원 증가한 371조9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 침체에 대비해 예산 집행을 평소보다 서두른 결과다. 실제 정부는 올해 계획된 신속집행 예산 252조9000억 원 중 상반기에만 167조5000억 원(66.2%)을 집행했다. 신속집행은 계획된 재정 집행 일정보다 예산을 앞당겨 사용해 경기 부양을 유도하기 위한 재정정책이다.
복지 예산 지출도 늘었다.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이 전년 대비 3조2000억 원 증가했고, 기초연금 지급(1조3000억 원)과 부모급여 지급(1조 원) 등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앞으로도 증가세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항목에서 지출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속집행 규모가 예정보다 커지면서 적자 폭에도 영향을 줬는데 통상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월까지 늘다가 연말로 가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올해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 3%대로 묶을 듯
정부는 재정의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기존 계획(4.2%)보다 낮은 3%대로 낮출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 3%대 후반으로 증가율이 결정되면 내년 총지출 규모는 올해 본예산(656조6000억 원)보다 24조∼26조 원 증가한 68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2029년까지 5년간 18조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급감으로 당장 올해 세수부터 예상보다 10조 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추가 세수 감소가 예정돼 있다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계획보다 1%포인트 낮춰도 지출 감소분은 10조 원도 되지 않는다”라며 “지출 감소에 한계가 뚜렷한 만큼 부족한 세수를 어디서 걷을 것인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재정적자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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