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16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야당 공세를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치 선동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최근 외교안보 핵심 라인이 임명 1년도 안 돼 돌연 연쇄 교체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후보자가 그 시작점에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장관부터 방첩사령관까지 충암고 출신이란 얘기를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정치 공세”라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답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인면수심의 망발을 내뱉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통상 하루만 하는 인사청문회도 김 후보자에 대해선 이틀간 하겠다고 정조준했다. 국방부 안팎에선 “실세로 꼽히는 김 후보자가 첫 출근 날부터 자신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야당의 공격을 일축하고 강경 맞대응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용현, 충암고 출신 軍장악 논란에 “분열 선동” 野 “송곳 검증”
인사청문회 정면충돌 예고 金 “채상병 사건, 경호와 무슨 연관”… 일각 “尹心 업고 野와 기싸움 돌입” 野 “특검 청문회 수준 인사청문회”… 金, 핵무장에 “모든 수단 열려있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연루 의혹 등 자신을 겨냥한 야당의 공세를 16일 ‘정치 선동’이라며 일축하고 강공 대응을 예고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가 야당과 사실상 ‘정면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 1년 선배이자 경호처장까지 지낸 최측근 실세다. 그런 만큼 “청문회 국면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벌써부터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야당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윤심’까지 반영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정권 출범 때부터 대통령과 남다른 관계로 야당의 집중 견제를 받아 온 김 후보자가 적극적인 맞대응을 선언한 것”이라며 “자칫 오만하게 비칠 수도 있다”고 했다.
● ‘실세 중의 실세’ 자신감… 민주당은 “망발, 송곳 검증”
김 후보자는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자신을 정조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됐는데도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라 경호처장에 이어 국방 수장 후보로까지 기용된 것이란 주장 등에 대해 김 후보자는 “채 상병 사건은 안타깝지만 그게 대통령 경호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것부터 질문하고 싶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야당의 공세를 맞받아쳤다.
군 안팎에선 인사청문회를 앞둔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야당과의 일전 불사를 공개 선언하는 듯한 모습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자신의 입지에 대한 확신을 여지없이 내비쳤다는 것. 일각에선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대통령실과의 교감하에 야당과의 기싸움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후보자 측 한 인사는 “(김 후보자의 발언은) 야당이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와 윤 대통령을 묶어 ‘융단폭격식’ 공세를 펼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이번 인사청문회를 ‘정권 심판의 장’으로 활용하려고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까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첫 출근부터 인면수심 망발을 내뱉었다”고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이렇게 뻔뻔한 자에게 경호처장 직을 주고, 국방부 장관을 시키겠다는 윤 대통령 인사 폭거에 끝도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청문회 총공세도 예고했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 수준으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자질 미달을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국방위원회 관계자도 “논란도, 검증해야 할 사안이 많아 하루만 갖고선 (김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며 “인사청문회 기간을 이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르면 28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29, 30일로 예정된 당 의원 워크숍 이후 청문회를 추진하자는 입장이어서 다음 달 2일에 열릴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서 물러난 장호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15일(현지 시간) 특보 임명 후 첫 출장지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장 특보는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동아일보 등과 만나 이번 외교안보 라인 교체가 김 후보자 등 특정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제가 거기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 “北 핵위협 감당 어려우면 모든 수단 방법 열려 있어”
김 후보자는 이날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미국의) 확장 억제와 핵우산에 기반을 둔 북핵 위협 대응이 기본”이라면서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입장에서 볼 때 북핵 위협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은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김 후보자의 발언도 이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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