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되면서 강원 지역의 한 기숙형 고교에서 전교생의 30%가량이 확진되는 등 집단감염 사태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8월 셋째 주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1444명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11∼17일 전국 220개 표본감시 병원의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전주 대비 5.7% 증가한 1444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6월 넷째 주(23∼29일) 63명에 불과했으나 7월 들어 급증하기 시작해 7월 넷째 주(21∼27일) 474명, 8월 둘째 주(4∼10일) 1366명 등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검사를 안 받거나 입원하지 않은 경증 환자까지 포함할 경우 확진자 수는 20만 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코로나19 관계부처 회의에서 “여름철 유행은 이번 주나 다음 주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며 정점에서의 확진자는 당초 예상한 35만 명보다 규모가 작을 것”이라고 밝혔다. 질병청은 증가세 둔화 등을 감안해 거리 두기 등 위기 단계를 상향하진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초중고 개학이 코로나19 재확산 시기와 겹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집단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강원의 한 기숙형 고교에선 지난주 개학 이틀 만에 첫 확진자가 나왔고 이후 누적 확진자가 학생의 30%에 달하는 49명으로 급속히 늘었다.
급식실 다시 칸막이, 병원들 마스크 의무화
개학 앞두고 코로나 확진 급증 교장 재량으로 ‘등교 중지’ 학교도 감염취약 고령자 많은 요양원 비상 중증환자 증가 따른 과부하 걱정
22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우전초등학교.
학생들이 식사를 하는 식생활관 식탁에는 투명한 비말 방지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다. 2학기 개학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되자 학교 측이 과거에 사용했던 칸막이를 다시 설치한 것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우전초의 경우 전교생 중 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등교하지 않는 중”이라며 “강제는 아니지만 학생 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칸막이를 설치하는 학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초중고교에선 코로나19 재확산이 개학 시기와 겹치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보건당국에서 방역 수칙을 강화하지 않는 이상 강제성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확진자 등교 중지,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모두 일선 학교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 서울 595명, 경남 900명 등 초중고 확진자 속출
지난주부터 개학한 전국 초중고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2일까지 서울 내에서 초중고생 59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관내 초중고에서 21일 기준으로 약 300명이, 경남은 20일 기준으로 약 900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시도교육청에는 코로나19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확진 시 등교 여부에 대한 질의가 많은데 올 5월 코로나19의 위기단계가 ‘경계’에서 ‘관심’으로 내려가며 확진자 격리 의무가 사라져 ‘등교 중지’ 여부는 학교장 재량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 고열과 호흡기 증상이 심하면 등교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강제성은 없다. 학부모마다 의견도 다르다. 일부 학교는 교장 권한으로 ‘확진자 등교 중지’ 방침을 공지했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등교 중지는 지나치다”며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녀가 확진됐는데 집에서 돌보기 어려워 등교시키고 싶다는 학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기도 어렵다. 재학생의 30%가량이 확진된 강원 지역의 한 기숙형 고교의 경우 교사와 학생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하고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다.
● 일부 병원 자체적으로 마스크 의무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많이 찾는 병원 등도 비상이 걸렸다. 전남에선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곳이 19곳인데 대부분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이다.
질병관리청은 14일 “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에선 종사자와 방문자 모두 마스크 착용을 강력하게 권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대형병원들은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 등의 게시물을 내부에 부착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병원도 생겼다. 서울 동작구 한 병원은 최근 “병원 내부 출입 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령자의 경우 코로나19에 걸리면 중증이 되거나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올해 코로나19 입원 환자 1만5224명 중 65.6%(9991명)가 65세 이상이다. 80대 이상 고령자의 경우 코로나19 치명률이 0.73%로 전체 평균(0.05%)의 15배에 육박한다. 21일엔 전날 경기 부천시 자택에서 쓰러진 90대 노인이 온열질환과 코로나19가 겹쳐 사망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선 보건당국의 예상대로 다음 달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더라도 중증 환자로 인한 병원 과부하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 뒤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져 중환자실로 가는 고령 환자들이 많다”며 “확진자 증가세가 꺾인 후에도 중증 환자는 당분간 늘 수 있기 때문에 보건당국이 의료체계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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