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응급질환 진료 병원 19% 감소… 파견 군의관 모두 응급실 떠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7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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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돌리기’ 응급의료]
뇌출혈 등 병원 하루만에 14곳 줄어… 소아 기관지내시경 등 대처 어려워
군의관들 “책임 부담” 부대 복귀도… 서울대병원 교수 절반 “도움 안돼”


정부가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 응급실에 군의관을 배치하고 있으나 현장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심근경색, 뇌경색 등 27개 중증응급질환별로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5일 하루 만에 평균 14개소가 감소해 평시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 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4일 대형병원 응급실에 배치한 군의관 15명이 모두 응급실에서 근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중증응급질환 진료 병원 20% 감소

보건복지부는 6일 응급의료 브리핑에서 “5일 기준 27개 중증응급질환별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평균 88개소로 전일 대비 14개소가 감소했다”며 “평시 평균 109개소인 점을 고려할 때 21개소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평시 평균보다 19.3%가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전국 409개소의 응급실 중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은 405개소이며 이 중 27개소는 병상을 축소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27개 중증응급질환에는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응급 분만, 응급 투석 등이 포함된다. 5일 기준 영유아 기관지 응급내시경이 가능한 기관은 14개소, 중증화상 진료가 가능한 기관은 28개소에 불과해 소아 응급의료 상황이 위급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중증응급질환 중 다수는 환자 발생 빈도가 높지 않아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진료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5일 상황은 의료 기관의 한시적 사정에 의한 정보 입력과 배후 진료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4일 대형병원 응급실에 배치한 군의관 15명은 모두 응급실에서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아주대병원에 배치된 군의관 3명은 모두 근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부대로 복귀했다. 세종충남대병원에 배치된 2명도 응급실 근무를 하지 않고 복귀했으며 강원대병원에 파견된 5명은 응급실 업무 대신 다른 업무를 맡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세종충남대병원 관계자는 “군의관들이 실질적인 환자 진료를 하기 어렵다고 하며 복귀했다. 책임 소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목동병원에 파견된 군의관 3명은 소속 부대 복귀를 결정했으며, 충북대병원은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 2명을 면담 후 중환자실에 배치했다.

●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절반만 “군의관 도움 돼”

의료 현장에서는 군의관 파견이 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말 소속 교수 217명에게 파견 군의관과 공보의가 진료 부담 해소에 도움이 됐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 30.9%만 ‘공보의·군의관 파견이 진료 부담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답변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 비율도 비슷하게 31.8%였다. 나머지 응답자는 자신의 진료 과목에 공보의와 군의관을 파견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받은 곳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은 절반 정도가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반면 정부는 의료 현장의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응급의료 브리핑에서 “(군의관과 공보의들이) 응급실에서 근무를 하든 배후 진료를 돕든 현장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방부와 협의해서 (공보의와 군의관이) 일하는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응급실 인건비 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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