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대로 활용하려면[기고/이규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9일 2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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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8월 6일 100명의 필리핀 국적 가사관리사가 고용허가제 방식으로 입국한 지 45일이 지났다. 돌봄 분야에 대한 고용허가제 방식의 외국인력은 첫 시도였던 만큼 이들에 대한 관심은 무더운 여름만큼이나 뜨거웠다. 하지만 이미 제조업, 건설업, 임업, 광업뿐만 아니라 호텔·콘도업, 택배업 등 일부 서비스업에서 지난 20년간 고용허가제를 통해 거쳐간 외국인 근로자는 100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최근 들어 고용허가제 방식이나 혹은 전문인력 체류자격의 외국인 규모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외국인력의 수요와 공급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인력의 활용은 거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소득 및 교육 수준의 향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및 저출산·고령화로 저숙련 일자리에 대한 내국인 노동공급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의 인력 부족을 내국인 실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재교육을 통한 유인 정책으로 모두 채우기가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며 일자리 질을 개선시키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에 대한 수요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내국인들이 하지 않으려는 일자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제조업이나 농어업 등에서 빈 일자리를 채워 생산 활동에 기여하고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 외국인 인력 활용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배제하지 못하지만 이들의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 편익을 가져온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외국인 인력 활용의 영향은 이해관계자들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개입은 매우 중요하다.

돌봄 서비스가 갖는 특성이 있지만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활용도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가사 및 육아서비스의 외주화가 확대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내국인 노동 공급은 부족해지고 고령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미 아이돌봄 서비스부터 공급 부족으로 신청 후 서비스까지 대기 기간이 길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다만,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논쟁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비스 이용 가격 수준, 내국인 관련 종사자들의 일자리 침해나 근로조건의 악화 가능성,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의 인권 침해 우려 등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이러한 쟁점들이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도입을 반대해야만 하는 수준까지 이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의 기틀을 다지고, 외국인 가사종사자의 노동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자의 관점에서 서비스 제공 방식, 서비스 내용, 서비스의 질, 그리고 서비스 가격 부담 경감을 위한 사회적 책무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나아가 현재는 육아로 한정하고 있지만 노인돌봄이나 간병 분야를 포함한 돌봄 서비스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인력 활용제도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외국인#가사관리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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