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동력 떨어진 패션업체들, ‘뷰티’로 눈돌려 MZ 쟁탈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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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패션업체 상반기 매출액 하락… 내수 침체-라인업 확장 한계 탓
국내 뷰티 시장, 진입 장벽 낮고… 시장 규모도 5년새 12% 성장
“기존 업체와 경쟁 치열해질 것”

내수 침체로 성장 동력이 떨어진 패션업체들이 화장품 등 뷰티분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뷰티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기존 뷰티업체와 ‘굴러온 돌’인 패션업체 간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이달 6∼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무신사 뷰티 페스타’를 진행했다. 무신사가 뷰티부문에서 진행한 첫 팝업스토어였다. 무신사는 성수동 패션·잡화 편집숍에 첫 화장품 상설 코너를 마련한 데 이어 내년에는 아예 정규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한섬, 코오롱FnC 등 다른 업체들도 2021년경부터 뷰티산업에 진출하며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은 지난달 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713억 원에 인수했다. SI의 인수합병(M&A) 역사에서 가장 큰 금액이다. 2019년 자체 화장품 브랜드 ‘아떼’를 론칭한 LF는 이달 초 립밤 신제품을 출시하며 라인업 확장에 나섰다.

패션업체가 뷰티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로는 기존 사업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코오롱FnC, 한섬, SI 등 주요 패션기업들의 상반기(1∼6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1.4%, 2.2%, 2.4% 하락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기에 민감한 산업 특성상 내수 부진이 이어지며 성과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양극화된 시장의 선호도도 업체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럭셔리 혹은 가성비 브랜드로 양분된 소비자 선호를 맞추기 위해선 고급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경쟁이 치열해 확장이 어렵다는 게 업계 현실이다. 수입 의류를 주로 담당하는 패션업체 관계자는 “이미 들여올 고급 해외 브랜드는 거의 다 들어와 있다”며 “중간 가격대 브랜드는 잘 팔리지 않아 라인업 확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뷰티시장의 제조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에 있는 것 역시 패션업체가 과감하게 도전하는 배경이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현재 뷰티시장은) 뚜렷한 아이디어와 마케팅 전략만 있으면 곧바로 진입하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또 패션 플랫폼을 주로 이용하는 MZ세대는 뷰티 시장의 큰손이기도 하다. 무신사가 뷰티 페스타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도 2021년 자사 애플리케이션 내 뷰티 카테고리를 신설한 뒤 인디 브랜드들을 빠르게 입점시키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뷰티시장 규모는 17조3412억 원으로 2018년 대비 12%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 뷰티시장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인디 브랜드 확보는 뷰티사업 규모를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라며 “새로운 업체들을 확보해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패션업체와 기존 뷰티업체 간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동력#패션업체#뷰티#MZ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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