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24일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현안 질의에서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질타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홍 감독은 “국민께 공분을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특혜를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들은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정몽규 회장 및 전력강화위원들에게서 대표팀 감독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아 홍 감독을 뽑은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올해 2월부터 차기 감독 선임을 주도하던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6월 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후보 3명을 정한 뒤 갑자기 사퇴하면서 감독 선임 권한을 이어받았다. 최종 후보엔 홍 감독과 외국인 감독 2명이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권한 위임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데 축구협회 이사회 안건 결정 사항 어디에도 이 이사에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이 정관을 어기고 독단적으로 이 이사에게 권한을 줬다는 것이다. 이 이사가 축구협회 분과위원을 겸임할 수 없다는 정관을 위반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이 이사는 온라인 회의를 통해 5명의 전력강화위원에게 최종 후보 면담 및 협상, 내정 등 절차 진행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축구협회 정관상 전력강화위원회는 7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회의 참석자는 5명이었다”면서 “이 이사가 권한을 위임받은 건 불법이고, 불법의 토대 위에서 감독이 선임됐다”고 했다. 이 이사가 홍 감독 선임 발표 기자회견 당일 한 위원에게 ‘기자가 물어보면 동의했다고 확인해달라’며 회유하는 듯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이에 대해 이 이사는 “(협회 분과위원에서) 사퇴하겠다”면서 “내 명예를 걸고 5명 모두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미리 내정해 놓고, 감독 선임 절차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에 따르면 전력강화위원회의 최종 후보 투표에서 홍 감독은 다비트 바그너 감독(독일)과 나란히 7표를 얻어 공동 1위였다. 정해성 전 위원장은 “정 회장에게 홍 감독이 최다 추천을 받았다고 했느냐”는 신 의원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신 의원은 “최다 추천이라는 건 한 명을 뜻한다”고 하자 정 위원장은 “두 명이 7표로 동표라고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홍 감독이 외국인 후보들에 비해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지도계획서 제출, 면접 등 사령탑 선임에는 절차가 있는데, 홍 감독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감독이 됐다”면서 “(감독) 지원 의사도 밝히지 않은 사람을 회장 마음대로 임명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정 회장은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선임했다”고 말했다. 내년 1월로 3번째 임기가 끝나는 정 회장은 이날 여러 의원이 사의 표명, 연임 의사 등에 관해 묻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며 즉답은 피했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결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홍 감독은 처음부터 대표팀 감독을 맡을 의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당시엔 축구협회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지 않은 상태여서 제가 대표팀을 가겠다,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맞지 않았다”며 “나중에 내가 전력강화위원회가 선택한 1순위라는 말을 들어서 수락했다. 2, 3순위였다면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월드컵 대표팀이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알기 때문에 도망가고 싶었지만 대표팀에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책임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참석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월부터 진행한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내달 2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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