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왜 딴나라 위해 희생하냐며
北군인-주민들 사이 동요 확산돼
김영복 등 선발대 전선 이동 첩보
러, 북한군에 군사용어 100여개 교육”
러시아에 3000명 이상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북한이 장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차출 부대 병사들의 입단속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고 국가정보원이 29일 밝혔다. 내부에서 파병 사실이 유출, 확산되는 것을 의식해 이같이 통제를 강화했다는 것. 국정원은 이러한 단속 조치에도 파병 소문이 확산돼 주민, 군인들 사이에서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는 식의 내부 동요도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파병 사실을 노동신문 등 주민들이 보는 관영매체에선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에 따르면 이미 북한 당국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소문이 확산돼 동요가 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파병에 대한 내부 불만이나 동요가 향후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기류로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 “北, 파병 군인 가족 통제 위해 격리 정황”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가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파병 사실 유출, 확산으로 내부 보안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 당국이) 파병 군인들의 가족들에게는 훈련을 간다고 거짓 설명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파병 소식이 북한 내부에 퍼지면서 강제 차출을 걱정하는 군인과 주민들의 동요도 감지되고 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앞서 23일 국정원은 북한 당국이 파병 군인 가족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모처로 집단 이주, 격리하는 정황까지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기점으로 북한 주민들에게도 러시아 관련 소식은 적극적으로 알리고 선전해 왔다. 하지만 파병 소식만큼은 전하지 않고 있다.
타국 전쟁터로 청년들을 내몬다는 식으로 주민들이 인식할 경우 돌아올 부담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파병 정황이 이미 적나라하게 알려진 25일에야 외무성의 러시아 담당 부상이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그러한 일(파병)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 “김영복 등 선발대 전선 이동 첩보”
러시아 현지에서 북한군과 러시아군 간 소통 문제도 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러시아군이 ‘위치로’ ‘발사’ 등 북한군에게 러시아 군사 용어 100여 개를 교육하고 있다”면서 “북한군이 어려워한다는 후문이 있는 상태라 소통 문제의 해결이 불투명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앞서 미 CNN 등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파병된 북한군을 “빌어먹을 중국인들”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포함한 선발대가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면서 “김영복은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관련해 일종의 선발대 개념으로 먼저 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복은 김 위원장의 측근 중 한 명으로, 북한 군부 내 대표적인 ‘특수작전통’이다.
파병된 북한군 규모에 대해선 국정원은 “현재까지 3000명, 혹은 그 이상이 파병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보고했다. 당초 북-러가 1만900여 명을 파병하기로 한 만큼 추가 파병이 연말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우크라이나 현지에 이른바 ‘참관단’ 파견을 검토 중인 것과 관련해선 조태용 국정원장이 “북한군이 해외 파병을 해 전투를 치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우리가 북한군의 역량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투항·귀순할 경우 헌법상 우리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줘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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