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크라 파병] 한미SCM “훈련에 북핵 대응 포함”
北-러 군사 밀착에 ‘핵대응’ 명시… ‘핵우산 운용’ 한미협력 수준 강화
“주한미군 전력 유지… 방위비 타결”
美대선 ‘트럼프 당선 리스크’ 대비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연 뒤 “양측은 향후 한미 연합연습에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SCM은 양국 국방장관 간 연례 회의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핵미사일 고도화로 우리 안보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대목이 눈길을 끄는 건 그간 한미가 통상 3월 8월에 실시되는 북한의 전면 남침 상황을 가정한 연합연습 때 북한이 핵을 실제로 사용하는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동안 한 번도 적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SCM 공동성명엔 “향후 연합연습 시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가 담겼었다. 1년 만에 ‘논의해 나간다’에서 ‘결정했다’로 크게 진전된 것이다.
● “한미 작계에 북핵 대응 반영 본격화”
한미 연합연습 시나리오는 북한의 기습 남침 상황을 가정한 한미 연합군의 전시 작전계획을 바탕으로 만든다. 연합연습 시나리오는 전시 작전계획의 일부인 셈이다. 한미가 이 시나리오에 북한의 핵 사용을 반영한다는 건 향후 전시 작전계획에도 북한의 대남 기습 핵공격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가 최초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6·25전쟁 이후 줄곧 북한이 전차를 몰고 남침하는 등의 재래식 공격 상황을 가정해 실행되던 작전계획이 북한의 핵 고도화에 따라 핵공격을 가정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공격 상황과 대응을 한미 작전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한미의 노력이 이번 SCM을 계기로 본격화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주장하며 한국에 대한 핵 타격 위협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미의 대규모 훈련 시나리오에는 정작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상황이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까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임박 상황까지만 시나리오에 반영됐다. 시나리오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개최 등을 계기로 열린 도상 핵우산운용연습(TTX)에선 양국 군 당국자들이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가정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긴 했지만 이는 소규모 인원이 테이블에 앉아 의견을 나누는 수준이었다.
한미가 사실상 작전계획과 다름없는 연합연습 시나리오에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처음 포함하기로 결정한 건 북한의 핵 위협이 고도화됐고, 실제 사용도 코앞까지 왔다는 평가가 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대규모 파병 대가로 핵무기 최종 완성을 위한 기술을 북한에 이전해 줄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연합연습 시나리오에 핵 사용 상황을 포함하는 것을 더 미뤄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 리스크 대비 주한미군-방위비 문구 명시
한미는 공동성명에 “오스틴 장관은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을 지속 유지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강조했다”는 내용과 한미가 이달 초 합의한 제12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 협정과 관련해 “양측은 협정이 타결됐음을 환영하고 이것이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방위비 협정을 파기할 것에 대비해 공동성명으로 한미가 이를 다시 한 번 못 박아 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번 성명엔 “양측은 북방한계선(NLL)이 지난 70년간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임에 주목했고 북한이 이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표현이 포함된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라고 국방부는 전했다. 북한의 NLL 무력화에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