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최연소 경매사에서 7년 만에 간판 경매사 자리에
휴가 맞아 한국 찾은 조지나 힐턴
“거울 보며 나만의 동작 만들어 응찰자와 유대감 높여 입찰 유도
亞경매장선 침묵으로 긴장 높여”… 다음주 中상하이서 달 운석 경매
세계 양대 경매사 중 하나인 크리스티에는 경매사 약 50명이 일하고 있다. 지금은 남녀 비율이 5 대 5로 거의 같지만, 7년 전만 해도 여성 경매사는 단 4명. 이때 여성이자 25세 최연소 나이로 경매사가 된 조지나 힐턴(32)은 수백억 원대 작품부터 산유 같은 인기 작가의 최고 기록까지 이끌어 내며 크리스티의 간판 경매사가 됐다. 휴가를 맞아 한국을 찾은 힐턴을 10월 25일 서울 종로구 크리스티 서울에서 만났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다.
힐턴이 진행한 지난해 5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바스키아의 ‘엘 그란 에스펙타쿨로(El Gran Espectaculo (The Nile)·1983년)’는 6771만 달러(수수료 포함·약 952억 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는 2023년 경매에서 팔린 작품 중 19∼20세기 초 대가인 파블로 피카소, 구스타프 클림트, 클로드 모네에 이어 가장 비싼 가격. 당시 분위기를 묻자 힐턴은 “이례적으로 응찰자가 현장에 있었다”고 했다.
“본인이 낙찰받는 것을 알리고 싶은 사람은 공개적으로 패들(번호판)을 들고 경매에 응하기도 하는데, 이 응찰자는 그렇지 않았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객석에 앉아 조용히 담당 직원에게 신호만 보냈습니다.”
약 2000만 달러에서 시작한 경매는 전화와 현장 응찰자의 경합으로 이뤄졌다. 초고가 작품인 만큼 가격은 아주 느리게 올랐다. 힐턴은 “풍선이 땅에 닿지 않고 떠 있도록 분위기를 띄우며 천천히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경매사의 역할”이라고 했다.
힐턴은 산유의 ‘붉은 국화’,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무제(America #3)’ 등 당시 작가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의 경매를 이끌었다. 그에게 경매 분위기를 유지하는 방법을 물었다.
“여러 가지 전략 중 하나는 ‘침묵’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아시아 경매는 특히 템포가 느리고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데, 계속해서 말하기보다 조용히 기다리며 긴장감을 높이죠.”
‘연극적 스타일’로 유명한 힐턴의 평소 경매는 밝고 경쾌하다. 2017년 처음 경매사가 됐을 때 그는 “여성 경매사가 적어 참고할 만한 스타일이 부족했는데 내 성격에 맞는 자연스러움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며 “크게 팔을 휘두르는 등 움직임과 제스처를 활용해 재미를 주고, ‘한 번 더 비딩해 볼까요?’ 하는 등의 멘트로 응찰자와 유대감을 형성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처음엔 거울을 보거나 영상으로 기록하며 제스처를 연구했어요. 경매에 필요한 멘트도 거의 본능처럼 나올 수 있도록 길거리와 지하철에서 습관처럼 내뱉었죠. 실전에선 현장 반응도 살펴야 하기에, 제스처와 멘트를 고민할 시간이 없거든요.”
생애 첫 경매는 영국 런던 사우스켄싱턴에 있는 저가 작품 경매장이었다. 힐턴은 “객석에 10명이 있었는데 그중 5명은 제 가족이었다”며 “저렴한 작품이기 때문에 템포도 빠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거운 경매를 했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헤드를 맡고 있는 힐턴은 경매를 진행하지 않을 때는 홍보 캠페인을 기획하고, 유럽 고전 예술 작품 경매 업무도 담당한다. 11월 7일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달 운석을 경매에 내놓는다.
힐턴은 “컬렉터들이 호기심을 놓지 않도록 새로운 것을 선보이려 노력한다”며 “지난해에는 아인슈타인의 손 편지였고, 올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달 운석”이라고 했다. 상하이에서 첫 경매에 나오는 달 조각은 어떤 기록을 세울까? 답은 경매장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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