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동부 바이에른 주의 문화적 자존심을 대변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지난해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영국의 사이먼 래틀 경과 함께 서울을 찾아온다.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이 협연한다. 이 악단의 내한은 2018년 주빈 메타 지휘의 무대를 가진지 6년만이다. 20,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1949년 창단됐다. 오이겐 요훔, 라파엘 쿠벨리크, 콜린 데이비스 경, 로린 마젤, 마리스 얀손스 등 정상급 지휘자들을 연속해 수석지휘자로 맞이하며 ‘숙명의 라이벌’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독일의 비밀 수도’로 불리던 바이에른 주도 뮌헨의 음악 무대를 대표해 왔다.
사이먼 래틀 경은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급 악단을 이끌어 온 세계 지휘계 대표 거장. 이번 내한에서는 20일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과 브람스 교향곡 2번, 21일 베베른 ‘오케스트라를 위한 6개의 소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들려준다.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래틀은 “2017년 베를린 필, 2022년 런던 심포니 등 지금까지 세 악단과 한국을 찾았는데 모두 조성진과의 협연 기회가 있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 대해서는 “10대 시절 라파엘 쿠벨리크가 지휘하는 연주를 보았는데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그처럼 밀접한 연대감을 가지고 함께 숨쉬는 듯한 연주를 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쿠벨리크의 능력인가 했는데 이 악단을 직접 경험하면서 ‘아, 이게 이 악단의 능력이구나’라고 알게 됐죠.”
그는 이 악단의 특징을 두 독일어 단어로 표현했다. “하나는 이니히(innig)입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감정을 뜻하죠. 또 하나는 바이히(weich)입니다. 적당히 번역할 말이 없는데, 부드러움과 온화함, 깊이, 인간미, 공동체 의식이 깃들인 부드러움이죠. 그런 특성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 있습니다. 기교적으로 잘하는 오케스트라는 많지만 이 악단은 ‘시인’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그는 현대음악 프로그램과 고음악(시대악기)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는 점도 이 악단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조성진은 20일 협연할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에 대해 “거대한 스케일이 있으며 오케스트라 역할이 매우 중요한 협주곡”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 뮌헨에서 이 악단과 같은 곡을 연주했는데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곡이지만 오케스트라와 래틀이 너무 잘해줘서 연주 때는 힘든 줄 몰랐죠. 곡을 마치고 진이 빠졌어요.”
래틀은 “성진이 너무 겸손하게 얘기했다. 그는 칭찬에 알레르기가 있지만(웃음) 이 곡은 피아노와 악단이 테니스를 치듯 서로 잘 넘겨줘야 하는데 그와 함께라면 염려가 없다”고 화답했다. 그는 21일 첫 곡으로 지휘할 베베른의 곡에도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말러나 바그너 곡을 분재(盆栽)로 만든 듯한 곡이죠. 음표 하나하나에 수없이 많은 표현이 압축돼 있습니다.”
니콜라우스 폰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대표는 “한국 연주회장에서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관객들의 흥분과 지식, 집중력이 느껴진다. 그것들이 단원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다. 이 악단이 롯데콘서트홀에서 처음 여는 이번 콘서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544-7744,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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