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300km ‘에이태큼스’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사용 허가에 이어 대인지뢰 공급도 승인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 지상군의 진격을 늦추기 위한 조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6월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한반도만 예외 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이러한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신속한 종전’을 공언한 도널트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현 전선을 국경으로 동결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최전선 방어선이 붕괴되지 않도록 잇달아 긴급 조치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 시간) 두 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라고 전했다. 이 관리들은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전선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진격을 둔화시킬 시급한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미 국방부는 대인지뢰 제공이 러시아의 진격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유용한 조치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WP, CNN 등에 따르면 미국이 제공하는 대인지뢰는 비지속적이다. 사전에 설정된 기간이 지나면 지뢰가 비활성화되는 것이다. 지뢰가 폭발하려면 배터리가 필요하며, 배터리가 고갈되면 지뢰가 폭발하지 않는 원리다. 미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지뢰가 최소 4시간에서 최대 2주에 이르는 일정 기간 후에 비활성화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자국 영토 내에서 방어선을 강화하는 데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는 지뢰를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미국은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대전차지뢰를 제공해 장갑차에서 러시아의 수적 우위를 약화시켰다. 하지만 전쟁 1000일을 맞도록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를 제공하지는 않아왔다. 대인지뢰가 지속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인지뢰는 무차별적으로 인명을 살상할 수 있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수년간 무장 상태를 유지하게 해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미국에선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러시아의 대인지뢰 사용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정작 미군이 지뢰를 비축해선 안 된다는 공개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4개월 후인 2022년 6월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제한하겠다”라고 발표했다. ‘한반도 예외’에 대해선 “한반도의 특수성과 한국의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따라 현시점에서 한반도의 대인지뢰 정책은 유지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 승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몇 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라고 CNN은 평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를 모두 배치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로 진군해 자체 방어선을 구축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늦추기 위해 ‘지뢰밭’을 만들었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여름부터 반격을 시작했을 때 한 우크라이나 관리는 러시아 지뢰의 밀도를 확인한 뒤 “미친 짓”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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