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한 달 이상 공석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이달 22일까지 추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후보군 하마평도 본격화하고 있다. 여당 측 추천 후보군으로는 이종석 전 헌법재판소장과 이완규 법제처장이, 야당 몫으로는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 김성주 광주고법 판사가 거론된다. 국민의힘이 “여당이 1명,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기류를 보이면서 민주당 안대로 헌법재판관이 선출될 시 헌재 구성은 현 ‘중도·보수 4명, 진보 2명’에서 ‘중도·보수 5명, 진보 4명’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여당 몫 헌법재판관 추천 1명으로 지난달 17일 퇴임한 이 전 소장을 연임시키는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제처장도 하마평에 올랐다. 검사 출신인 이 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민주당은 정 원장과 김 판사를 선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횡령 사건 1심을 맡아 징역 15년을 선고한 바 있다. 김 판사는 주로 광주 지역에서 판사 생활을 했으며 2022년엔 전남도선관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이 국회 몫 2명을 추천하게 되면 현재 중도·보수 성향 4명(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진보 성향 2명(문형배 이미선)인 헌법재판관 구성은 향후 중도·보수 성향 5명, 진보 성향 4명 구도로 바뀌게 된다. 헌법재판소법상 위헌 및 탄핵 등이 결정되려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추천 몫을 두고 평행선을 이어가던 여야는 “국회의 직무 유기로 인한 헌재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추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여당 내에서 “집권당으로서 헌재가 와해된 상황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양당이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양당이 합의한 인물을 추천하는 게 관례”라고 주장해 왔다. 여당 내에선 야당에 2명 추천권을 내주는 대신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나 예산 등 다른 원내 협상 사안을 관철시키겠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과의 물밑 협상에서 “여당이 추천하는 1명에 대해 야당이 무조건 동의한다면 2명 추천권을 내주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여당 추천 1명은 무조건 동의해 달라’는 조건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후보 추천 명단이 들어오면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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