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K방산의 도전] 〈5〉 세계가 주목 ‘K-Bangsan’의 새길
주요국 방산수출 지원에 적극적… 韓, 수출금융 한도내 차관 지원뿐
폴란드 K2전차 2차 계약 난항… “계약액 최대 100%까지 한도 늘려야”
K2 전차 1000대를 사기로 한 폴란드 정부가 2차 계약과 관련해 전차 구입 비용 대부분을 차관으로 지원해 달라고 한국 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런 전례가 없고 수출금융 한도도 넉넉지 않아 계약금의 80% 미만으로 차관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K2 전차 180대를 구매한 1차 계약에선 계약금의 80%를 차관으로 지원했지만 2차에선 이보다 낮은 비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금융 지원을 놓고 K방산 수입국과 생기는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 번 수출하면 수조 원이 오가는 방산 특성상 수출국의 금융 지원 없이 수입국이 온전히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방산 수출 전용 정책금융이나 원조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 역시 방산 전용 금융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방산 수출만을 위한 정책금융 만들어야”
20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는 방산 수출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 신용등급과 별개로 수출금융을 지원해준다. 특히 금융 지원을 할 수 없는 OECD 신용등급 기준 최하위인 7등급 국가(62개국)에도 프랑스는 자국 방산을 수출할 때 금융 지원을 해준다.
미국은 원조를 포함한 해외군사재정지원(FMF)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이를 통해 이집트에 연간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콜롬비아와 베트남에 연간 최대 1억 달러 수준을 지원한다. 무기 구매의 80%를 러시아산으로 충당했던 베트남은 2022년부터 미국과 무기 거래 협상을 시작했다.
반면 한국은 방산 수출을 위한 별도 정책금융 지원이 없다. 수출금융을 담당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자본금의 40% 한도로 방산을 포함한 모든 수출에 대해 금융 지원을 할 뿐이다. 하지만 금융 지원 한도가 이미 폴란드 1차 계약 때 바닥났고 정부가 뒤늦게 수은법을 개정해 2조 원을 수혈했지만 폴란드 전체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산 계약액의 최대 100%를 지원하는 등 지원 한도를 늘리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호성 국립창원대 첨단방위공학대학원 교수도 “방산 수출은 정부의 외교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수입국 상황에 맞는 정부의 후방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 “개발부터 전력화까지 5년 이내로”
무기 개발부터 실제 군대에서 사용하는 전력화까지 통상 15년 넘게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방산업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전력화까지 걸리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정작 전력화 이후엔 해외 방산업체가 더 나은 성능의 무기로 시장을 선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은 각각 2015년과 2018년에 15∼20년 걸리던 무기 전력화 기간을 5년 이내로 단축하는 별도 법을 만들었다.
방산업계는 수출 가능성이 큰 무기를 한국군이 실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출 대상 무기의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호주 수출에 성공한 궤도형 장갑차 ‘레드백’은 수출 직전에 벌인 육군 11사단의 시험 운용이 수출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K방산 수출 효자 상품인 LIG넥스원의 천궁-Ⅱ 역시 한국군의 실전 배치 덕을 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수출 사례가 없는 레드백이 당시 경쟁 모델인 독일 장갑차 링크스(Lynx)를 이긴 건 육군의 시험 운용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엔진과 같은 추진체, 드론, 무인화, 인공지능(AI) 등의 첨단 무기 개발 분야에서의 전문화·계열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산 전문화·계열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국산 무기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무기 개발과 양산을 특정 업체가 주도적으로 하게끔 맡겼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전문화·계열화를 폐지했다.
최근 방산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간 출혈경쟁을 줄이고 해외 기업과의 무한경쟁에 나서기 위해선 전문화·계열화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채우석 방위산업학회장은 “전문화·계열화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다”며 “전문화·계열화로 방산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되,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보완하는 제도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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