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끼고 프로포폴 중독자 ‘관리’… 6500원짜리 150배 폭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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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총책-의사-상담실장 손잡고… 병원에 조폭 상주시켜 중독자 통제
1800만원 내고 10시간 넘게 맞기도… 7개월간 417차례 15억 상당 투약
의료인 마약류 범죄 6년새 7배로

서울 성동구 A의원 안에 있는 ‘피부관리실’에서 의사 서모 씨(64) 등은 시간당 약 100만 원을 받고 중독자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개중엔 하루에 1860만 원을 내고 10시간 24분이나 투약받은 사람도 있었다. 중독자들이 요구하면 새벽에도 은밀히 투약이 이어졌다.

프로포폴 중독자가 돈만 내면 원하는 대로 투약해 주는 방식으로 7개월간 15억 원 상당의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판매·투약한 의사와 총책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프로포폴 중독자 리스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영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7개월간 프로포폴 417차례 투약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부장)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 씨 등 A의원 관계자 6명과 중독자 1명을 구속 기소하고, 중독자 2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도주한 ‘범행 총책’ 윤모 씨(47)에 대해선 기소중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총 417차례에 걸쳐 약 14억6000만 원 상당의 프로포폴과 에토미데이트를 중독자들에게 투여했다. 프로포폴은 중독성이 강한 수술용 전신마취제다. 에토미데이트 역시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마취제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는 범행을 계획하고 초기 자금을 조달하면서 A의원 개설자 이모 씨(73)와 서 씨를 섭외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담실장 장모 씨(28)는 프로포폴 중독자들이 많이 찾기로 유명한 한 의원에서 퇴직한 뒤 윤 씨 등과 협업해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프로포폴 중독자 리스트를 제공했다. 장 씨는 중독자들이 결제한 액수만큼 투약량을 결정하고, 면허가 없는 간호조무사 길모 씨(40) 등에게 프로포폴 주사를 놓게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중독자들을 관리·통제하기 위해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자금관리책 역할을 맡기고 의원에 상주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 씨는 프로포폴을 투약하지 않은 260명의 이름을 확보해 의료용으로 프로포폴을 처방·투약한 것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867차례 허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 은폐 목적으로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들의 명의까지 동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당 투약 대금은 약 100만 원을 받았는데 20mL 프로포폴 2개로 1시간 투약할 경우 원가가 6508∼8118원인 점을 고려하면 120∼150배가 넘는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서 씨는 5개월간 범행을 도운 대가로 총 3억 원을 받았고, 이 씨에게 건넨 금액 등을 제한 뒤 실제 약 2억 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A의원은 금고와 현금 계수기를 놓고 현금을 직접 받거나 계좌이체로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 “의료인 마약범죄 증가 추세”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2월부터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을 구성해 관련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어 식약처와 합동으로 진행한 프로포폴 오남용 병의원 분석 과정에서 관련 범죄 정보를 확보했고, A의원을 범행 장소로 특정했다. 수사망을 좁히던 검찰은 올 6월 27일 병원을 압수수색하는 동시에 장 씨 등 4명을 검거해 먼저 재판에 넘겼고 8월 이 씨, 10월 서 씨를 각각 구속했다. 검찰은 잠적한 윤 씨도 계속 추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의료인 마약범죄 적발 인원은 2017년 42명에서 지난해 313명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검찰은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을 상설화해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마약류로 지정돼 있지 않은 에토미데이트의 마약류 지정도 보건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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