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의 기업들]
고금리 장기화에 유동성 나빠져
롯데케미칼-LG화학도 일부 정리
“사업 전환 위한 재원 마련 전략”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로 대기업들도 유동성 위기에 부딪혀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지주사 ㈜SK는 알짜 자회사인 SK스페셜티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SK스페셜티는 삼불화질소 등 제조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분 100%를 매각할 경우 약 4조 원대 규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9월 말 별도 기준 SK㈜의 순차입금은 10조6000억 원 수준이다.
SK는 이 외에도 △SK㈜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처분(2700억 원) △SK네트웍스 SK렌터카 지분 100% 매각(8200억 원) △SK어스온 페루 광구 매각(3400억 원) 등 계열사별로 자회사, 자산 매각에 나서 왔다.
9월 말 별도 기준 순차입금 3조4000억 원을 기록한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4조1343억 원으로 CJ제일제당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2513억 원으로 전체의 30%다. 매각 금액은 5조∼6조 원대 안팎으로 추산된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식품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발 과잉 공급에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화학업계와 철강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청산을 결정했으며 지분 매각으로 총 1조4000억 원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LG화학도 올해 들어 3월 여수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는 19일 45년 넘게 가동해 온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전격 폐쇄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중국 등 해외 저가 철강재의 공세, 설비 노후화 등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이 외 롯데그룹은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현금인출기(ATM) 사업부(구 롯데피에스넷) 매각을 위해 올 초 삼정KPMG를 매각 주간사회사로 선정했다. GS건설은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매각을 추진 중이다.
박기남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기업 역시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 기조에서 자본의 기회비용이 높아지면서 사업 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비주력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