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경매 땐 현장 방문이 기본[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2일 03시 00분


상가 등 시설 경매 13년여 만에 최다
해당 건물 영업 가능 업종 알아둬야
현장 직접 방문해 매출 등 파악해야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수익형 부동산인 업무상업시설 경매 물건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업무상업시설 경매 진행건수는 4745건으로 2011년 1월(4993건) 이후 처음으로 월별 최다 건수를 나타냈다. 낙찰률(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은 2011년 1월(25.0%)보다 낮은 19.9%였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이다.

경매 물건이 늘어나면서 주요 입지에 위치한 매물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지금이야말로 투자의 적기다’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도 생겨난다. 하지만 내수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고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더욱 보수적이고 세심한 분석이 필요한 시기다. 경매 시장에서 수익형 부동산을 투자하고자 할 때 알아두면 좋을 만한 몇 가지 팁을 살펴보겠다.

자영업을 해본 적이 없거나 경험이 없는 투자자가 경매 물건을 보고 어떤 업종이 어울리는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단순히 ‘주변에 없는 업종 또는 특정 프랜차이즈 업종을 입점시키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의사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또 상가 건물 내 일부 호수를 낙찰받았을 경우 건물 관리규약 등으로 동일 업종을 제한하는 경업 금지 조항이 있는 곳이 많다. 따라서 주변에 어울리는 업종을 판단했더라도 그 건물에서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만약 매각 물건에서 임차인이 영업 중이라면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사업자등록을 한 임차인이 영업하고 있을 경우에는 법원 현황조사서에 보증금과 월차임이 조사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수익률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다만 임차인의 매출 등 내부 사정을 자세히 알 수는 없으므로 외부에서 방문객 수를 관찰하거나 내부 시설 상태의 확인 등을 통해 향후 재계약 가능성을 추정해 보는 것이 좋다. 내부 시설이 잘돼 있을수록, 방문객이 많을수록 임차인은 계약 종료 시 권리금 회수를 위해 낙찰자와 재계약이나 계약 연장을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임대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배당요구를 했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2018년 10월 이후 상가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총 10년으로 연장됐다. 따라서 사업자등록일자가 말소기준권리보다 빠른 임차인은 10년의 범위에서 낙찰자에게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도 법원에 배당요구 신청을 했다는 것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여기에서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경매개시결정등기 불과 몇 개월 전에 사업자등록을 한 임차인이 있다면 법원에서 조사된 임대료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영업할 의사가 없는데도 허위로 주변 시세보다 더욱 높은 임대료를 신고함으로써 수익률 좋은 부동산으로 보이기 위함일 수 있다. 반대로 아주 오래전부터 영업해 온 임차인일수록 현재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경우도 많으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상가 경매#현장 방문#계약갱신요구권#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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