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고급 인력 확보에 달렸다
佛 “6년간 예비군 3000명 확보할것”
獨, 車숙련자 영입-美도 채용 확대
韓 인력, 10년간 10% 증가에 그쳐… 항공엔진 연구자 미국의 10분의 1
글로벌 방위산업 확대 흐름에 맞춰 프랑스와 독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방산 예비군’까지 만들면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인력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지난 10여 년간 10%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풀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K방산 성장을 위한 인재 확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방위사업청(DGA)은 은퇴한 방산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된 ‘방위산업 예비군(Defense Industrial Reserve)’을 만들었다. 교육과 생산, 기술 개발 등 인력이 부족한 방산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방산 예비군은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방산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전수하고 무기 생산력을 높이는 일에 투입된다. 최근 프랑스 장갑차 제조사 KNDS와 일부 조선업체가 방산 예비군을 도입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방산 예비군 약 3000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독일 방산기업들은 자동차 회사에서 방산 인력을 찾고 있다.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유럽 자동차 회사 근로자 가운데 방산 제품 관련 경험과 기술을 가진 근로자를 영입하는 것이다. 방공 센서를 만드는 독일 헨솔트사는 올해 약 700명을 채용할 예정인데 이 가운데 자동차 산업 출신을 상당수 뽑을 예정이다. 군용 파워트레인 전문 업체인 독일 렌크는 올해 초 메르세데스벤츠에서 25년 넘게 근무한 임원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4월 “고품질 제품을 빠르게 만드는 능력을 갖춘 자동차 업체 직원들은 방산업계를 위한 기술을 갖추고 있는 맞춤형 인력”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DOD)는 올해 초 방산 육성 전략을 발표하면서 방산업계 인력 확중을 특히 강조했다. DOD는 “산업 우위 확보를 위해 향후 3∼5년간 방산 생태계 강화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숙력된 방산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인력 전문성 강화에 투자하고 채용을 늘리며, 인재 창구를 넓히는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 방산업계는 고급 인력 부족과 낮은 임금으로 인한 잦은 이직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체 인력은 2015년 3만1439명에서 지난해 3만4938명으로 약 3500명 늘었다. 방산업체 총매출이 2015년 약 14조 원에서 지난해 약 127조 원으로 9배 오르는 사이 인력은 10%밖에 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방산 인력이 크게 늘지 않은 이유로 낮은 임금을 꼽는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K방산이 그간 내수에만 집중해 임금이 높지 않았다. 연봉과 급여 등이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산업의 3분의 2도 채 안 되다 보니 이직이 자주 발생한다”며 “K방산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들이 오랜 기간 방산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급 연구 인력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하다. 방사청에 따르면 국내 항공 엔진 연구 개발 종사자는 약 800명으로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2020년부터 대학 및 고등학교 취업 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방산 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방산업계에서는 “석박사 이상 고급 인력 양성보다는, 방산 취업 인력을 양적으로 늘리는 데만 집중했다”는 말이 나온다. 강 의원은 “글로벌 방산업계와 경쟁하려면 전문 인력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국방부, 방사청 등은 방산 분야 맞춤형 고급 인재, 연구개발 인력 등이 지속 공급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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