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괜찮네”… 공실 상가 보러온 예비 창업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2일 03시 00분


첫 ‘세종 상가 공실 박람회’ 가보니
중대형 공실률 ‘전국 최고’ 오명… 우수한 입지의 저렴한 매물 많아
50여 개 부스 통해 수요자와 연결
시, 상가 활성화 종합대책 발표도

20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세종시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상가 관계자들과 만나 상담을 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20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세종시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상가 관계자들과 만나 상담을 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공실로 남은 상가만 파악해 보려 했는데 상권 정보부터 세무, 특허, 창업까지 많은 정보를 함께 얻어 갑니다.”

20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조형진 씨(37)는 ‘세종 상가 공실 박람회’ 팸플릿을 살펴보며 이렇게 말했다. 조 씨는 대전에서 2년간 창업을 준비해 왔고, 내년부터 세종에서 식당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사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공실이 많은 상가로 들어가는 것은 좋은 판단은 아니다”라며 “혹시나 저렴한 매물이나 우수한 입지에 있는 매물이 있는지 직접 파악하고 싶어 박람회를 찾았다. 공실로 남아 있는 이유를 상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우수한 매물이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 공실 해결 노력… 임대인-수요자 연결

이날 세종시는 상가 공실을 상품화시켜 임대인과 잠재적 수요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1회 세종 상가 공실 박람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세종 지역은 상가 공실률이 ‘전국 최고’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숨기기 바쁘던 공실을 한데 모아 알리자”는 역발상으로 이번 박람회를 마련했다. 박람회 현장에는 ‘비어 있는 상가 공실, 새로운 가능성으로’라는 슬로건을 담은 문구가 눈에 띄었고 14곳의 집합 상가를 비롯해 창업 부스, 프랜차이즈 부스, 공공기관 홍보 부스 등 50여 개 부스가 운영되고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기념행사 이후 일부 수요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해 상담이 진행됐다. 각 부스에선 상가 위치와 각종 정보를 담은 대형 터치스크린, QR코드가 담긴 책자 등 홍보와 계약 체결을 위한 열띤 판촉전이 펼쳐졌다. 특히 박람회 가운데는 정원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세종시의 정체성에 따라 작은 정원 형태로 무대를 꾸며 박람회 관계자, 시민 등을 위한 휴식공간이 제공되고 있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축사에서 “상가 공실 문제는 취임하면서부터 가장 심도 있게 다뤄 왔던 사안”이라며 “시민들의 아픔을 뒤로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자는 역발상에서 이번 박람회를 추진하게 됐다. 상가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지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정보 교류 활성화”… 부동산업자 행태엔 눈살

상가 소유주들은 이번 박람회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아쉬운 반응도 보였다. 세종시에서 최대 연면적을 보유한 해피라움페스타 상가의 관리인 정연욱 씨(41)는 “2021년 준공 후 3년간 절반 이상이 공실로 남아 있었는데 최근 볼링장, 골프연습장을 비롯한 스포츠 시설과 편의시설 다수가 입점하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흐름을 박람회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다른 관리인들과 정보 교류를 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박람회 메인인 ‘상가’를 소개하는 부스 공간이 협소했고, 행사 홍보가 부족했는지 실수요자가 대거 몰리지는 않았다”며 “자칫 상가 소유주나 박람회 관계자들만 있는 ‘집안잔치’가 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행사장에선 일부 부동산 중개인들이 상가 소유자나 예비 입주자들에게 접근해 안내 및 계약을 유도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도 있었다.

또 이날 행사장에선 세종시와 행복청, LH세종특별본부 3개 기관이 공동으로 상가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가 공실 공동 대응 전략회의’를 정례 개최해 관계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상가 현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온·오프라인에 개방을 통한 임대차 선순환 구조를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생활권 내 일부 상업용지는 공공기관, 주거, 자족 용지 등으로 전환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기존 상가의 허용 용도도 추가로 완화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올해 7월 발표한 ‘2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5.7%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세종#상가#공실#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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