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 맞은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2일 03시 00분


학교-마을-지역 협력 교육 생태계
도의회, 정치적 편향 문제 삼아
예산 삭감 이어 조례도 폐지
교육청 “교육 정치 중립성 훼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0일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 조례안’이 가결된 직후 경남도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의 미래, 지역과 마을을 살리는 교육의 가장 큰 버팀목이 통째로 잘려 나갔다”며 조례 폐지를 비판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제공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0일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 조례안’이 가결된 직후 경남도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의 미래, 지역과 마을을 살리는 교육의 가장 큰 버팀목이 통째로 잘려 나갔다”며 조례 폐지를 비판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제공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의 재의 요구에도 결국 폐지됐다. 지역 소멸에 대응해 마을이 학생을 함께 키운다는 취지로 제정된 조례가 3년 만에 폐지되면서 경남 교육현장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의회는 20일 열린 제419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조례 폐지안 재의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앞서 도의회는 국민의힘 주도로 지난달 15일 열린 제418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 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했다. 이후 박 교육감이 재의 요구를 하자 이날 다시 표결에 부친 것이다. 이날 재석 의원 62명이 무기명으로 투표에 참여했고 55명이 찬성(반대 5명, 기권 2명)해 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재의 표결에는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상정 안건이 의결된다. 도의원 64명 중 정당별 의석수는 국민의힘 60명, 더불어민주당 4명이다.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이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며 이탈표를 단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례는 학교 마을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2021년 만들어졌다. 지역 소멸에 대응하고 마을이 학생을 함께 키운다는 취지다. 전국 43곳 광역·기초자치단체가 이 조례를 두고 있다.

도의회는 지난해 예산 삭감에 이어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사업의 정치적 편향에 문제점이 제기된다”는 이유를 들어 올해 조례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마을강사 선정과 마을배움터 운영 등에서 특정 정치 성향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도교육청은 마을 강사의 정치적 중립 서약 등이 담긴 운영 쇄신안을 마련하고 도의원 설득에 나섰다. 박 교육감도 20일 본회의에서 “지역과 교육, 마을과 학교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정책적 흐름”이라며 “경남도만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사회적 가치에서 소외될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폐지를 막지 못했다.

제정 3년 만에 조례가 사라지면서 경남 교육 현장에서의 혼란도 예상된다.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지면서 기존 사업의 중단 및 축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재의 요구 전 도교육청이 도의회에 제출한 관련 예산 81억 원도 반영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교육청은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이 조례의 정치적 편향을 문제 삼아 당론으로 조례를 폐지한 것이 오히려 교육의 정치 중립성이 훼손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중앙당도 같은 입장인지 확인하는 한편으로 21, 22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공유할 방침이다. 박 교육감은 폐지 조례안 가결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교육청에서 마련한 쇄신안이 제대로 실행되기도 전에 지원 조례를 폐지한 것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은 결정”이라며 “교육공동체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바른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해체 위기#경남#마을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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