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계 원로 김장환 목사
檢총장 사퇴 후 연락 와 尹 처음 만나… 전했던 ‘글귀’ 잊은 듯해 또 읽어드려
조용기 목사, YS에 ‘아들 구속’ 직언
먼 산 바라본 YS, 얼마 뒤 차남 구속
《“앞으로 10년 후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정치만 잘하면 1등 국가가 될 텐데….”
대표적인 국내 보수 개신교계 원로인 김장환 목사(90·극동방송 이사장)는 15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녹록지 않은 외부 상황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 머리 위에 검은 먹구름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며 “여야가 국익을 위해서라면 도울 건 도와야 하는데 극단으로만 치닫는 것 같아 큰일”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6·25전쟁 중 미군 잔심부름을 해주는 ‘하우스 보이’로 시작해 미국 유학을 거쳐 세계침례교연맹 총회장을 지내는 등 세계적인 목회자가 됐다. 미국 개신교계와 정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그는 한미 관계가 껄끄러울 때마다 양국 간 물밑 채널 역할을 해 왔다. 또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에게 조언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 머리 위에 검은 구름이라니요.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를 맞아 엄청난 파도가 닥칠 거라 누구나 예상하지 않습니까. 이미 우리를 ‘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부르며 방위비 대폭 증액도 예고하고 있고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대외 여건이 정말 녹녹지 않습니다. 북한은 러시아를 위해 파병까지 했지요. 그런데 우리 내부를 보면… 정말 정치를 이렇게 해도 되나, 경제도 이 상태로 괜찮은가 하는 걱정이 많아요. 물론 교회도 많이 자성해야 하고요.”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고 들었습니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지요. 처가(그의 아내인 트루디 여사는 미국인이다)도 그렇고, 제가 미국 쪽에 좀 인맥이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용산에서 페루와 브라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4∼21일) 이후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해 백방으로 뛰었습니다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비서실장 지명자(수지 와일스)에게까지는 우리 요청이 전달됐는데, 쉽지 않아요. 워낙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있으니까요.”
※김 목사는 미국 내 인맥을 통해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성사되는데 힘을 보탠 바 있다. 그는 1973년 방한한 세계적인 전도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통역을 맡은 뒤 두터운 친분을 쌓았는데, 그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와는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트럼프 1기 캠프의 핵심 참모였다.
―트럼프 측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굉장히 급한가 봐요. 벌써 세 번이나 회동을 요청했다고 하더군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급하기는 마찬가지고요. 트럼프 쪽에서는 만나줘야 할 사람은 워낙 많은데 한번 물꼬가 터지면 누구는 만나고 누구는 안 만나고 하기가 힘드니까 신중한 것 같습니다.”
―트럼프 2기는 어떨 것 같습니까.
“내각을 전부 강성 중의 강성으로 임명하고 있어서…. 제가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것만큼 미국에도 신세를 많이 진 사람인데, 저렇게 가면 안 되지 않나 싶어요. 그래도 상원 원내대표에 완전한 ‘트럼프 충성파’는 아닌 듯한 인물(존 순)이 당선돼 다행 아닌가 싶습니다. 설사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 해도 모든 걸 다 통과시켜 주지는 않을 사람으로 보여요. 삼권 분립이 이뤄지도록 어느 정도의 견제는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2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직접 설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안일하게 지내도 괜찮은지, 모두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모든 분야가 다 각성해야겠지만… 정치도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 줄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상태가 지금 이렇게 가면 안 된다, 그런 얘기를 하려고 하지요.” ―협치와 소통이 사라진 지 오랩니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 감옥에 갔지요. 그런데 저는,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보다 그 사람들이 과연 정말 죄가 더 많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수라고 해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하면 안 되지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 위험한 일입니다.”
―윤 대통령과도 자주 연락하신다고요.
“검찰총장을 사퇴한 뒤 어느 날 전화가 왔어요. 찾아오고 싶다고, 한번 뵙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 전에는 서로 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기자들 안 따라오면 만나겠습니다’라고 했지요. 하하하. 그때가 윤 대통령이 워낙 주목받던 때였잖아요. 혼자 오더군요. 목사가 달리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성경 한 권 주고 로마서 12장 15, 16절을 읽어줬지요. 혹시 앞으로 정치를 하려고 생각한다면, 이 말대로만 하면 성공할 거라고 했지요.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하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그 뒤로도 종종 만나 성경 구절도 읽고, 함께 기도도 드리고 합니다.”
―외람되지만 성경 말씀을 혹 잊으신 건 아닐까요.
“음… 그런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용산에 갔어요. 거기서 똑같은 구절을 다시 읽어드렸지요. 처음 만났을 때 읽어 드렸던 말이 이건데 잊어버리지 말라고. 그래서 오늘 다시 한번 읽어드린다고….”
―대통령 앞에서도 쓴소리를 하시는군요.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밥이나 같이 먹으면서 기도도 좀 해주고 할 얘기가 있으면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그래서 고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지요. 그때가 아들 현철 씨 문제로 정국이 요동을 칠 때였는데, 구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었어요. 점심을 먹고 여담을 하는데 조 목사가 말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본 YS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시라고 하더군요.”
―뭐라고 하셨던가요.
“비유를 하나 들었는데… 중국에서 밀밭을 짓밟아 농사를 망치게 하는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황제가 범인을 잡으면 두 눈을 파내도록 했어요. 그런데 잡고 보니 범인이 황제의 아들이었던 거죠. 신하들이 어떻게 처리할 수 없어서 황제에게 데려왔더니, 황제가 고민 끝에 아들 눈 하나, 그리고 자신의 눈 하나를 파냈다고…. 그러면서 ‘지금 여론이 아드님 구속하라는 겁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분이 말에 거침이 없는 분이라….”
―YS 반응은 어땠습니까.
“아, 그 소리를 들은 YS가 아무 말 없이 창밖으로 그냥 먼 산만 바라보더군요. 한참 동안 답이 없더라고요. 그렇게 어색하게 청와대를 나왔는데, 나중에 안기부장이 전화해서 ‘목사님들이 성경이나 읽고, 기도나 하지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라고 해요. 그리고 얼마 후 현철 씨가 구속됐지요. YS는 참 품이 큰 인물이에요.”
―목사님은 어떤 얘기를 해주셨습니까.
“조 목사가 그렇게 세게 얘기하다 보니 저는 좀 우회적으로 다윗 왕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들 압살롬이 반역을 꾀했다가 정부군의 창에 찔려 죽자, 아버지인 다윗 왕은 식음을 전폐했습니다.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해 죽었더라면… 하고 상심에 빠졌지요. 하지만 다윗왕은 곧 심기일전해 나라를 잘 이끌었습니다’라고요.”
―한국 교회도 변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너무 비대해지다 보니 베풀고 나누려는 초심을 잃은 건 아닌지…. 목사가 최고급 대형차를 타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요. 옛날에 한 독지가가 미제 캐딜락을 사준 적이 있습니다. 사준 사람 면이 있어서 한두 번 타기는 했는데, 내릴 때 부끄러워서 더는 못 타겠더군요. 그래서 해외에서 손님들 오면 모시는 의전용으로 돌렸습니다. 한국 교회가 여유가 있고 풍족해지면 그것을 더 없는 이웃, 더 작은 교회와 나누고 베푸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인터뷰 도중 전화가 왔는데, 그의 휴대전화는 폴더폰이었다.
―이제 연말인데, 올해도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 모두 자신부터 생각을 바꾸는 개혁을 했으면 합니다. 그게 덕담이라고 생각하지요. 정치인, 경제인들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우리도 자기 모습을 돌아봤으면 합니다. 장애인 등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를 더 배려하고,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고, 누가 보든 안 보든 질서를 지키는….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장환 목사
△ 1934년 경기 수원 출생 △ 1958년 미국 밥 존스 신학대 졸업 △ 1960년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 1970년 아세아방송 설립 준비위원장 △ 1975년 미국 트리니티대 명예 신학박사 △ 1977년 극동방송 사장 △ 1992년 아시아침례교연맹 회장 △ 2000년 세계침례교연맹 총회장 △ 2024년 현재 극동방송 이사장.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 목사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