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미국 텍사스 스페이스X 발사장. 거대한 ‘젓가락 팔’이 우주에서 되돌아온 육중한 물체를 공중에서 잡아챘다. 7분 전 발사된 뒤 되돌아온 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의 1단 로켓 추진체(부스터)를 ‘메카질라 로봇팔(Catch arm)’이 사뿐히 잡은 것. 전문가들마저 경악한 기술적 성취였다. 일론 머스크가 스타십 개발을 완료하고 상업발사를 시작하면 세계 발사체 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이 확실하다. 스페이스X는 이미 수많은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 재사용 발사체 팰컨 로켓만으로도 우주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올해 지구궤도에 올라간 물체 총질량의 80% 이상은 머스크의 팰컨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갔다.
‘메카질라 쇼크’ 37일 뒤인 이달 19일, 또 다른 충격이 화면에 잡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스타십 6차 발사 현장에서 머스크와 함께 발사 과정을 지켜본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 자금으로 2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 머스크를 신설될 정부효율부 수장에 지명한 데 그치지 않고 발사 현장까지 찾아와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날이 갈수록 막강해지는 스페이스X를 이끄는 머스크가 미 정부 효율성까지 관장하는 권력을 갖게 되면 변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연방항공청(FAA)과 항공우주국(NASA)이 힘들어지게 생겼다. 발사체 허가를 내주는 FAA는 그동안 스페이스X와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여왔다. 스타십 개발의 최대 걸림돌은 기술 장벽이 아니라 FAA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지난 20년간 500억 달러를 쏟아붓고도 달 궤도선 1회 발사(2022년)에 그친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도 개혁 대상이다. 다만 프로그램 자체는 트럼프 1기에 확정된 사업이어서 살아남을 개연성은 있다.
특히 트럼프와 머스크의 ‘우주 브로맨스’는 국가 간 무한 우주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을 따라 자국 우선주의에 몰두할 것이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H3 로켓을 자랑처럼 홍보하던 일본도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다 훨씬 심해진 기술 봉쇄를 마주할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 확대 건설과 스페이스X 흉내 내기를 통한 따라잡기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게 확실시된다. 우주 경쟁 격화 시대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물론 스페이스X도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당장 민주당에 적군 1호로 찍혔다. 좌충우돌 머스크가 트럼프 측근과 마찰을 빚다 트럼프와 불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 1기 시절에도 초기에 과학자문위원으로 나섰다가 몇 달 만에 뛰쳐나온 경력이 있다. 게다가 기이한 언행으로 대내외의 적을 만드는 머스크를 절충과 융합으로 보완해 스페이스X를 직원 1만5000명의 거대한 회사로 키워낸 귄 쇼트웰 사장의 후계자가 마땅히 없다.
이러한 국제적 상황과 스페이스X의 변수 등을 잘 인식하면서 대한민국도 우주 기술에 대한 목표를 명확히 하고 미래를 향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 우선 차세대 로켓 개발 계획을 과감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재사용 가능한 차세대 로켓으로 위성 발사뿐 아니라 상업발사 시장으로의 진출까지 모색하자. 우주 경제를 구현할 우주데이터센터, 저궤도 PNT(위치·항법·시간 체계), 휴대전화 중계 저궤도위성망 등의 사업을 남보다 앞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산업혁명 수준의 인식 변화, 우주 기술의 파괴적 혁신이 제5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우리도 트럼프 2기 시대 우주 선점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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