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자체방위 강화 美의존 낮춰
日-英-伊 정상 ‘사우디 포함’ 논의
2035년 배치를 목표로 일본과 영국, 이탈리아 3개국이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여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오일 머니’가 풍부한 사우디가 참여하면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고 긴박한 중동 정세에도 관여할 수 있는 지렛대가 생길 수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별도의 정상회담을 열고 사우디의 참여 여부를 논의했다. 영국 정부는 회담 뒤 “3국 정상이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프로젝트(GCAP)에 파트너 국가의 참여 확대를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세 나라는 2022년 말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을 결정했으며, 사우디는 이후 3국에 참여 의사를 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세 나라는 2022년 12월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 영국·이탈리아 유로파이터의 후속 모델이 될 차세대 전투기를 함께 개발해 2035년까지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엔 영국 BAE시스템스와 롤스로이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참여한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자금 확보 측면에서 사우디의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신중한 견해를 내비쳐 왔다. 사우디가 참여하면 협의에 더 시간이 걸려 가뜩이나 지연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더 늘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미국 제재 대상인 러시아·중국 기업과의 무기 거래로 연계된 의혹이 있는 사우디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하지만 갈수록 중동 정세가 복잡해지면서 사우디와의 안보 협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일본 내에서도 찬성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사우디는 그간 무기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들여왔지만 최근 미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수입국을 다양화하고 자체 방위산업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 3월 무기 수출 제한 관련 지침까지 개정하며 차세대 전투기 수출에 공들여 왔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일본은 1967년 ‘무기 수출 3원칙’을 내세우며 스스로 무기 수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시절인 2014년 금지를 완화한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으로 대체했고, 올 3월 수출 가능 범위를 확대하며 무기 수출국으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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