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외교 참사]
개회사선 “광산 노동자에 감사”
韓정부-유족, 오늘 별도로 추도식
“여기는 일본입니다. 일해 주신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런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을 주최한 나카노 고(中野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장은 조선인 노동자 등을 추도하는 자리에서 감사를 표하는 게 적절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결과적으로 추도식은 이름뿐이고 세계유산 등록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나카노 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사도광산에 관여한 모든 분에게 광산이 세계의 보배로 인정받았음을 보고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광산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활약 덕분”이라고 말했다. 차별과 고통을 받았던 조선인 강제노역은 ‘활약’이 됐고, 엄숙해야 할 추도 대신 ‘기쁨’이 강조됐다.
이날 추도식은 오후 1시 개최 예정이었지만, 오전 10시 40분이 넘어서야 ‘사도광산 추도식장’ 임시 간판이 설치됐다. 니가타시와 사도 곳곳에 세계유산 등록을 경축하는 포스터 등이 걸렸지만, 추도식 안내는 어디에도 없었다.
추도식장은 오전 11시 반부터 입장객 접수를 했다. 일본 측은 이때도 자국 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 외 참석자와 식순을 공개하지 않았다. 출입이 가능해진 낮 12시 이후 배포된 안내문과 의자에 붙은 이름표를 보고 식순과 주요 참석자 파악이 가능했다. 식순에 ‘추도사’ 순서는 없었다. 아라이 마리 사도시의회 의원은 “한국인분들이 고생했고 아픔이 있었다는 걸 공감한다는 말이 먼저 나왔어야 한다. (추도식에) 감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불참한 한국 정부는 25일 오전 9시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별도 추도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국 측 추도식엔 박철희 주일 대사, 한국 유가족 9명 등이 참석한다.
사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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